지난 4일 찾은 충남 예산군의 한 사과농원. 총 3만 3100㎡(약 1만 평)의 농원에 는 7450여 개의 사과나무가 심겨 있었지만 ‘사과나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굵은 나무 줄기에 가지가 사방으로 뻗친 나무는 없었다.
대신 이 농원의 사과나무는 나무줄기가 위를 향해서가 아닌 옆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는 옆으로 뻗지 않고 위를 향해 뻗었다. 사과나무가 납작하게 옆으로 누워 자라는 셈이다.
이 납작하게 누운 사과나무를 과수 업계에서는 ‘평면 수형’이라고 부른다. 사과가 자라는 축의 개수에 따라 2개면 2축 평면 수형(2축형), 4~5개면 다축 평면 수형(다축형)으로도 나뉘는 이 수형은 국내 사과 산업을 이끌 차세대 수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과의 생산량과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평면 수형은 수형이 단순해 전정(가지치기), 적과(열매솎기), 수확 작업이 쉽고 농기계를 도입할 수 있다”며 “표면적이 넓어 햇빛 이용률이 기존 수형 대비 높아 과일의 착색, 당도 등 품질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농원을 운영 중인 임충건 씨는 “기존 사과나무의 경우 안쪽에 있는 가지는 다른 가지나 잎에 가려 통풍이 잘 안 되고 썩는 일이 발생하는데, 평면 수형은 모든 가지가 통풍이 잘 돼 탄저병 같은 곰팡이성 병해충의 피해가 적다”며 “다축형은 기존 수형보다 착과량이 약 3배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쪽까지 농약을 칠 필요가 없어 농약 살포량이나 방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제약 조건은 있다. 기계를 도입하려면 평지에 조성해야 하는 데다, 평면 수형은 묘목 값이 일반 수형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기계화 시설 확충, 장비 구입 비용 등까지 더하면 초기 조성 비용은 더 올라간다.
이에 정부는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과수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강원도 등 미래 사과 재배 적지를 중심으로 20헥타르(㏊) 내외의 스마트 과수원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2025년 5개소(100㏊)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0개소의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2030년 기준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4%를 차지할 이 단지는 전체 생산량의 8%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 측은 “강원, 산간지 등 미래 재배 적지의 신규 과수원이나 과수화상병으로 폐원한 과수원, 주산지 내 노후 과수원 등을 대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대 재해(냉해·태풍·폭염)를 예방할 시설의 보급률도 2030년까지 3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냉해 예방시설 보급률은 사과‧배 재배 면적의 1%, 태풍은 12.2%, 폭염은 15.7%에 그쳤기 때문이다. 예방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냉해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측은 “미세살수장치, 방상팬 등 냉해 예방 시설이나 태풍에 견디기 위한 방풍망,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관수관비 등을 피해면적, 빈도 기준 상위 20개 위험 지역에 우선 보급하겠다”며 “포도, 감귤 등의 냉해 피해 예방, 출하 시기 조절 등에 효과적인 비가림 재배시설도 사과·배 등 타 과수까지 확대하여 생산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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