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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신청해도 檢서 번번이 퇴짜"… 스토킹 범죄 대응에 골머리 앓는 경찰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

검찰이 잠정조치 불청구 해

의정부 사건도 비슷한 상황

"잠정조치, 경찰이 청구해야"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를 시도한 혐의(살인미수)로 경찰에 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30일 오후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스토킹 및 교제폭력 범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기각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위험성이 판단되는 경우 청구 주체인 검찰이 이를 존중해주거나, 경찰이 직접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지속되는 스토킹 범행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5일 경찰 수사 신뢰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수사역량 강화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며 스토킹·가정폭력 등 피해자를 신속하기 보호하기 위해 임시·잠정조치 등 청구 주체에 사법경찰관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경찰이 임시·잠정조치를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현장에서의 위급성과 심각성 등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직접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경찰이 이처럼 잠정조치에 대한 직접 청구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현장에서의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범행을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울산 북부경찰서는 울산 북구 소재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연인이었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1명을 체포했다. 피해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고 수술을 받았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지속적으로 폭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찰이 이미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스토킹 행위가 이어지자 경찰은 검찰에 이달 14일 잠정조치 1~4호를 신청했다. 잠정조치는 서면경고(1호), 100m 접근 금지(2호) 전기통신 접근 금지(3호), 위치추적 장치 부착(3호의2), 유치장 및 구치소 유치(4호) 등이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가 초범이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매달렸고 가해자의 가족이 이러한 사건을 인지했다는 점을 이유로 잠정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경찰은 잠정조치를 재신청했지만 결국 유치장 및 구치소 유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가해자를 유치장에 유치했다면 범행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경기 의정부에서 6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한 사건과도 관련해 검찰이 경찰의 잠정조치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피해자는 경찰에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3차례 하기도 했으며 가해자가 체포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했지만,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스토킹 범죄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현장서의 심각성을 잠정조치 청구와 관련한 문서작업만 하는 검찰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청구 주체가 현장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청구 요건과 관련한 표면적인 부분만이 반영돼 기각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관내 교제살인이 발생한 대전서부경찰서를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관게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스토킹처벌법상 접근금지 조치 대상자를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 긴급 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대상자는 약 3000명으로, 재범 위험이 높은 대상자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 유치 등 강도를 높인 분리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가해자 재범 심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접근금지 조치 중인 가해자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순찰 및 불심검문을 실시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 주변에는 순찰차도 거점 배치한다.

수사 절차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꾼다. 수사 과정에서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영장 신청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구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또 수사관이 관계성 범죄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 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면책제도를 활용해 능동적인 수사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경찰청은 160페이지 분량의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했다. ‘폭행 및 협박, 감금 등 물리적 폭력행위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접근’이 스토킹처벌법상 ‘의사에 반한 접근’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까지 받았다.

그러나 경찰 내부서는 현장의 판단을 청구 여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경찰이 청구권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스토킹 범죄 예방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서울 소재 경찰서의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현장은 정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 조건이 청구 요건에 맞다,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며 “늘어나고 있는 교제폭력 및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가해자 분리 조치가 필요한데, 경찰의 판단 하에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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