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 제안이 한층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행동주의 펀드 득세 등과 맞물려 주총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한 기업 압박용 표 대결 무대가 될 것이란 우려다.
19일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 2월 14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모두 18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48건 대비 21.62% 늘었다.
경영권 분쟁이 있거나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는 기업의 경우 주총에서 이사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제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해당 공시를 일종의 ‘주주 제안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연구소 측은 봤다.
실제 롯데알미늄은 지난달 11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부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해 달라는 주주제안을 받았다. 회사가 지난해 말 특정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겠다고 발표하자 신 전 부회장은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친형으로 과거 두 사람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최근 OCI(456040)그룹과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한미약품(128940)그룹의 장·차남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통합에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지난 8일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진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도 지난 15일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제안하며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했다. 박 전 상무(8.87%)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두 사람도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경영권 분쟁에 이어 주주제안 사례도 쏟아지는 것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특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을 공식 추진하는 것도 저평가 기업을 향한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를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기업 연구·분석에 능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을 압박하는 양상이 시장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CLIM)·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안다자산운용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연합 전선을 구축, 지난 2일 삼성물산(028260)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에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이 담겼다.
주주행동에 응답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달 9일 삼양패키징(272550)에 “현재처럼 저평가가 심한 상황에서 현금배당보다 적극적인 자사주매입·소각을 권유한다”고 밝혔다. 이에 삼양패키징은 지난 16일 총 주주환원율 62%, 총 주주환원액 158억 원을 발표하고 이중 절반인 79억 원을 현금배당, 나머지 절반 79억 원을 자사주매입소각에 활용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날 VIP자산운용은 “상장 이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등 삼양패키징의 주주정책 변화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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