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나선 국내 30대 그룹 3040세대 예비 총수들의 지분율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세율이 60%에 달하는 현 상속세 제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경영승계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기업승계가 ‘특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는 우리 기업들의 명맥이 대부분 끊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30대 그룹 3040 오너 일가(임원급 이상)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율은 평균 6.96%를 기록했다. 2세 경영인들이 지주사 설립 이전 대개 핵심 계열사에 우호 지분을 제외하고도 본인 명의 지분을 통상 30%대 안팎 보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된 셈이다.
특히 10대 그룹에서는 LG(003550) 지주사 지분 15.95%를 보유한 구광모 LG 회장을 제외한 모든 3040세대 오너의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김동관 한화(000880) 부회장의 ㈜한화 지분은 4.91%, 정기선 HD현대(267250)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의 SK네트웍스 지분율(SK 지주사 지분율 0.14%)은 3.15%,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의 한진칼(180640) 지분율은 각각 5.78%, 5.73%다.
20대 그룹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일부를 제외하면 상황이 비슷했다. 이선호 CJ(001040)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지주사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고 구동휘 LS(006260) MnM 최고운영책임자(COO)의 ㈜LS 지분율은 2.99% 수준이다. 김준영 NS홈쇼핑 이사(하림 지분율 22.47%), 영풍(000670) 창업주의 차남 장세준 부회장(16.89%), 박세창 금호건설(002990) 사장(28.57%)만 두 자릿수 지분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이 중 가장 지분율이 높은 김준영 이사의 경우 다른 총수들과 다르게 오너 2세다.
이들 기업 대다수가 승계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경영권 위협을 의식해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며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물려줄 경우 20% 할증까지 더해져 실질적 최고세율이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최고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55%)이 유일하다. 미국(40%), 독일(30%), 프랑스(45%) 등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
이미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상속세 숙제를 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친 연부연납으로 12조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는 중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나 미국의 포드, 독일 BMW 등이 차등의결권 및 공익재단 등을 활용해 4·5세대까지 기업을 승계해나가는 것과는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수준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으로 상속세 제도를 폐지하고 호주 등이 시행하고 있는 자본이득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상속세율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 대신 자산 매각과 경영 축소를 택하는 만큼 성장 동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전향적으로 상속세 완화와 폐지를 고려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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