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다이아몬드가 한겨울 고드름이라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냉동실 각얼음입니다. ‘자연 생성’과 ‘인공 제조’라는 것만 다를 뿐 똑같은 얼음이라는 뜻입니다.”
7일 현대백화점(069960) 목동점 문화센터에는 안내 직원도 존재를 몰랐던 소규모 강좌가 열렸다. 주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랩다이아). 연 구매액 5500만 원을 넘긴 현대백화점 ‘자스민’ 등급의 VIP회원들이 열 명 가량 자리에 앉았다.
보석류의 실질적인 소비자층인 이들 VIP고객은 랩다이아의 가치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랩다이아가) 유사석이나 모조석과 어떻게 다른가. 계속 생산하면 시세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설명에 나선 KDT다이아몬드 측이 가장 공을 들인 지점도 이 대목이었다. 강성혁 KDT다이아몬드 실장은 “만드는 방식이 다를 뿐 물리적·화학적으로 천연다이아와 100% 동일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큐빅 지르코니아나 모이사나이트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랩다이아는 연구실에서 만들어진다. 인조 보석이지만 모조품은 아니다. 진공 용기 안에 얇게 자른 다이아몬드 씨앗을 넣고 메탄 가스와 아르곤 산소 등을 주입하면 생산이 시작된다. 기체에서 분리된 탄소가 씨앗에 얇은 막을 층층이 형성하면서 다이아몬드가 자라난다. 1캐럿을 가공할 수 있는 원석을 생산하려면 400시간 정도가 걸린다.
업체 측의 설명이 끝나고 제품을 보여줄 때는 자리에 앉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간 천연다이아 제품에서는 실물로 확인하기 힘들었던 희귀한 색과 연마(컷)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천연다이아의 디자인은 대개 라운드컷 등으로 한정돼 있다. 수급에 제한이 있기에 물방울·사각·마퀴즈·하트·에메랄드 등 ‘팬시컷’을 적용한 특이 디자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분홍·파란색 등 컬러다이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랩다이아는 중량과 모양의 제약이 덜하다. 가격도 동일 등급 천연다이아의 20~40%선에서 형성돼있다. 중산층도 접근이 가능해진 셈이다. 같은 예산 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낸다. 강 실장은 “랩다이아는 팬시컷이나 컬러를 적용하기 용이하다”며 “무색의 다이아몬드만 구매하던 기존의 소비 형태를 넓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덕에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 업체인 드비어스는 올 6월 랩다이아로 만든 결혼반지를 내놓았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도 이 시장을 위해 지난해 7월 이스라엘 업체 ‘루식스’에 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산하 브랜드인 태그호이어도 랩그로운 11캐럿을 넣은 시계를 출시한 바 있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백화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한국 유일의 생산업체인 KDT다이아몬드는 올해 3월 랩다이아 브랜드 알로드(ALOD)를 론칭하고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3사에 매장을 냈다. 이랜드와 어니스트서울, 더그레이스런던 등도 수입 랩다이아로 완제품을 만들어 백화점에 진출해 있다.
백화점이 랩다이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혼수와 중장년층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쥬얼리 시장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분야 전문 애널리스트인 폴 짐니스키는 지난해 세계 랩다이아 판매 시장이 12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고 집계했다. 전년 대비 38% 커졌다는 추정이다. 특히 전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큐빅과 천연다이아 시장 사이에서 랩다이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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