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고금리 수신 경쟁에 부담을 느낀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이 7~8%대 고금리 예적금 특판 상품 등을 출시하며 자금 유치를 위한 수신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저축은행 업계 내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예적금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예스저축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기존 4.4%였던 단기예금(9개월 이상~12개월 미만) 금리를 3.3%로 1.1%포인트 대폭 낮췄다.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0.2%포인트 낮춘 4.1%로 조정했다. 1일 기준 저축은행(4.12%)과 시중은행(3.88%) 간 평균 예금 금리 격차는 0.24%포인트 차까지 좁혀진 상태다.
저축은행들이 판매 중인 적금 금리도 속속 낮아지고 있다. 대명저축은행은 12개월 만기 적금의 금리를 기존 4%대에서 2.50%로 대폭 인하했다. 기존 고금리 상품인 ‘더 드림 정기적금(4.20%)’의 판매를 중단하면서다. 기존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5.0%의 연이율을 제공했던 오투저축은행도 적금 금리를 4.3%까지 낮췄다. 이외에 KB·고려·한국투자·다올·세람저축은행도 많게는 1%포인트에서 0.1%포인트씩 최고 금리를 낮췄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 적금 평균 금리(4.6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금리를 제공 중인 셈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이 자금 조달 경쟁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은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늘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과의 예적금 금리가 0.8%포인트~1%포인트 차를 유지해야 수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 같은 금리 차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고금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차별화된 상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는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을 내놓으며 마케팅에 힘쓰지만 올해는 업계 내 경쟁을 유발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특히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경우 (고금리 상품을 출시할) 자금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판매된 고금리 예적금을 재유치하기보다 털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과도한 수신 경쟁이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건전성 우려가 커지며 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고금리 예금의 수익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유입된 고금리 자금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면서 업계에서 한 번 털어내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저축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는 형태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데 최근 차주들의 상황이 악화되며 대출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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