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창구 지도’에도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차주의 대출 상한을 낮춰 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구매 수요가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한도를 계산할 때 추후 금리 변동 가능성을 감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출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결정하고 있다.
금융권은 제도 도입에 따라 차주당 대출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DSR 40%인 상황에서 40년 만기로 금리 4.5%에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기존 한도는 3억 7000만 원이다. 하지만 향후 금리가 5.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해 가산금리 1%포인트를 적용하면 한도는 3억 2000만 원으로 전보다 5000억 원가량 줄어든다.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담당하는 임원은 “대출 기간 내 원금을 균등하게 상환하기보다 만기까지 끌고 가는 차주가 많다”면서 “이들은 금리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DSR 제도가 강화되면 잠재 위험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국은 또 은행이 차주의 향후 소득을 감안해 상환금액과 기간을 설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당장은 소득이 있지만 은퇴 후 소득이 불투명한 40~50대 차주에 대한 심사를 보다 깐깐히 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최대한 꼼꼼하게 따져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게 당국의 얘기”라면서 “나중에 어떤 식으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니 은행 입장에서는 당분간 가계대출을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가계대출 급등을 부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체 대출 규모가 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조처를 그대로 둔 채 차주의 대출 상한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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