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생산적 금융 한다더니…금감원 "지분투자 위험가중치 축소 소명하라"

■정책방향과 반대로 가는 현장

당국, 금융사 신규 지분 투자 관련

위험가중치 산정 적합성 문제 삼아

李정부 ‘기업투자 확대’ 기조 역행

금융권 “획일적 규제 여전” 혼란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에 이자놀이를 경고하면서 위험가중치(RWA)를 낮춰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당국은 특정 금융사가 지분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과소평가했다며 소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책 방향과 현장 상황이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A금융지주사에 지분 투자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관련 위험가중치 산정이 적합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소명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국제금융규범인 바젤3 관련 경과 규정을 회사 측이 신규 지분 투자에 적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2020년 국내 도입된 바젤3에는 지분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전보다 높이는 규정이 담겨 있다.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100%에서 250%로, 비상장기업은 150%를 400%로 확대하는 게 뼈대다. 다만 금융 당국은 규제 도입 당시 가중치를 짧은 시간 내에 올리면 금융사의 자본 적립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유예 조항을 함께 마련했다. 2023년까지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되 이듬해부터 2028년까지 매년 50%포인트씩(비상장기업 기준) 위험가중치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형태다.

금감원은 A금융사가 이 규정을 과도하게 적용한 게 아닌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젤3 도입 전에 투자한 몫에 대해서는 경과 규정에 따른 위험가중치를 적용해도 되지만 규제 도입 후에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이를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뒤집어 말하면 2020년 이후 비상장기업 투자액에 대해서는 400%의 위험가중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A금융사가 경과 규정을 확대해석해 150~250% 수준으로 가중치를 축소해 적용했다는 것이다.



A금융지주 측은 금융 감독 당국의 지침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산정했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가중치 산정이 금융권에서 일반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A금융사뿐만 아니라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위험가중치를 산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바젤3 도입 당시 규제 이후 발생한 익스포저에 대해서도 경과 규정을 적용해도 된다는 점을 구두로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제 와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위험가중치는 금융사가 대출이나 투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 설정하는 비율이다. 돈을 떼일 위험이 클수록 가중치를 높게 둔다.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 계산 시 각각의 대출·투자액에 가중치를 적용한 값을 분모로 하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자본 비율이 떨어진다. 반대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돈을 내주면 금융사로서는 자본 적립 부담을 덜 수 있다.

시장에서는 경과 규정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금융권의 투자 부담을 키우는 일이라는 얘기가 새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활성화’ 방안과도 결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주력하던 전통적인 영업 모델을 벗어나 기업금융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과도한 위험가중자산 산정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기업 금융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위험가중치 산정 방식을 과도하게 뜯어고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5%로 높여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가중치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면 금융사의 자본 적립 부담이 커져 되레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담보 가치가 확실한 주담대 영업을 위주로 몸집을 불려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금융사의 기업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