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에디슨은 1876년 뉴저지주 멘로파크에 최초의 산업 연구소인 ‘발명공장(invention factory)’을 설립했다. 그곳에서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수학자·특허설계사·회계사·변호사까지 참여해 마치 한 팀처럼 일했다.
에디슨은 연구자 혼자 고민해 개발하는 기존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제품설계와 개발, 지식재산권, 판매 방법 등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협의하고 결정했다. 혁신이 잘 태어날 수 있게 세심하게 관리하는 체제다.
수익성·특허, 시장 경쟁 상황 등 다른 요소까지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구현 속도는 빨라지고 기술적 완성도는 더욱 좋아졌다. 이러한 연구개발(R&D) 방식은 나중에 제너럴일렉트릭(GE)·코닥·벨통신 등으로 퍼져나가 기업 연구소의 표준 모델이 됐다.
약 150년 전 시작된 기업 연구소 체제는 지금도 민간 부문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기준 민간 기업의 R&D 투자 비중이 국가 전체 R&D의 74.7%에 이르렀고 우리나라 역시 2021년 79.1%에 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매년 조사하는 ‘1000대 산업기술 R&D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R&D 투자비를 집행한 국내 기업의 수는 2016년 33개에서 2021년 51개로 늘어났다. 글로벌 수준의 R&D 지원과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최근 국가 간 기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각국은 더 강력하고 혁신적인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혁신 전쟁에서 우리가 앞서 나가려면 민간의 역량을 키워주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기술 이외의 요소까지 고민하고 관리했던 에디슨의 방식에서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기술 개발 위주의 분절적 지원 외에 인재 확보, 연구 인프라 마련, 사업화, 규제 개선, 해외 진출 등 기업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분야를 함께 모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하지 않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복합적이다. 단순히 자금이나 기술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기업이 처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첨단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력·기반시설·행정·세제 등을 총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 경쟁의 시대에는 뒤에서 따라가는 혁신이 아니라 앞에서 먼저 가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정부가 우리 기업의 믿음직한 ‘기업혁신 총괄 매니저’가 돼준다면 좋겠다. 매니저의 도움을 받은 기업들이라면 냉혹한 기술 경쟁의 싸움터에서도 선봉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