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동기 한 명이 “요즘 같은 시기에는 금을 보유하는 것이 최고 아닌가”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언론이나 유튜브 전문가들이 “물가가 높은 시기에 금은 안전 자산이면서 통화가치 방어(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요즘 주목받는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에 “금은 안전 자산인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금은 안전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은 희소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금은 안전 자산이 아니다. ‘자산수익률 변동성’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산수익률 변동성은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위험을 측정하는 요소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다. 20년 이상 장기적인 수익률 변동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금이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달러가 아닌 원화 기준 수익률이 필요한 국내 투자가에게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금은 S&P500지수에 비해 수익률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즉, 주식 자산인 S&P500지수를 위험 자산으로 인식하는 한 금도 안전 자산이 아닌 셈이다.
필자는 또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본위제도 시절, 금의 가치를 기준으로 통화가치를 고정했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금을 보유해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본위제도 폐기 이후에는 오일쇼크 사태를 겪으며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라는 인식이 늘었다. 1974년 이후 1980년까지 두 번에 걸친 오일쇼크로 10년 평균 물가상승률이 8%에 육박하던 시기 대부분의 투자자산 가격이 폭락했지만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과 금 가격 상승률은 지난 110년 동안 0에 가까운 상관관계를 가졌다. 특히 1980년 이후 40여 년 동안에는 상관관계가 -0.26이다.
그렇다면 금은 어떤 자산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자산이다. 글로벌 자산 배분 시 각 투자자산 수익률 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수익률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편입해야 전체 포트폴리오는 동일 수준의 수익률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은 채권에 비해 수익률 변동은 크지만 장기 수익률이 높다. 또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으로 형성된 포트폴리오에 금을 편입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30년 금은 신흥국 시장 주식에 비해 수익률 변동성은 낮으며 연평균 수익은 더 높았다. 글로벌 주식과의 상관관계도 매우 낮았다. 따라서 금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은 일부 주식 자산을 대체할 선택지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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