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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생존 달렸다"…'고객'이던 삼성·현대차도 '공급자' 변신

■로봇기술 선점나선 대기업

국내 '로봇 특허' 4년간 63% 급증

삼성·현대차도 기술확보 2배 늘어

두산 IPO 발판삼아 유럽시장 진출

HD현대 中서 산업용로봇 첫생산

글로벌 인력 부족·인건비 상승에

노동대체재로 '로봇 산업' 급부상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30일 최근 이어진 로봇 부문 투자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국내 식음료(F&B) 사업의 강자인 롯데조차도 인건비 부담을 이대로 두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할 정도로 로봇을 통한 인력 대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건비 상승은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 돌파를 앞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6년 5달러에서 2020년 6.5달러까지 올랐고 멕시코와 베트남 역시 같은 기간 26%, 25%씩 상승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생산 거점인 중진국 국가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의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산업에 목마른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 세계 최대 로봇 수요 국가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활용 대수는 약 1000대로 글로벌 평균치(1만 명당 141대)보다 훨씬 많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이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이다. 이 시장을 화낙·야스카와전기·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런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한 대기업의 신성장전략 담당 임원은 “인공지능(AI)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단순한 조립은 물론이고 고도의 제조업 공정과 서비스업 등에도 로봇이 활용될 수 있다는 확신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협동로봇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0억 원 안팎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입을 통해 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유럽 시장 개척에 쓰기로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0% 이상이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 미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에는 유럽 법인 설립을 완료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이날 미국 최대 산업 자동화 솔루션 기업 로크웰과 함께 협동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외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제조업 생산 설비 자동화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



HD현대 자회사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중국 장쑤성에 생산 기지를 설립하고 3월 첫 번째 산업용 로봇 생산을 시작했다. 대당 1억 원이 넘는 산업용 로봇을 연간 3000대 정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중국 생산 기지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

반도체 분야가 아니면 국내 기업 지분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삼성전자도 올 초 로봇 벤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이례적으로 58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꼽히지만 이족 보행 로봇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등 서비스로봇을 주로 찾는 롯데도 로봇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늘리고 협력 확대를 시작하고 있다. 올 2월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고 2020년 롯데벤처스가 서빙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투자하며 실제 서빙로봇을 국내 일부 매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 비해 작고 저렴한 협동로봇도 제조업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소들이 잇따라 협동로봇을 도입해 간단한 용접 등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서도 협동로봇을 이용한 강판 가공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로봇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분석 결과 국내에서 출원된 지능형 로봇 특허는 2017년 1061개에서 2021년 1731개로 63% 늘었다. 특히 기존 로봇 사업을 하지 않는 주요 대기업들이 지능형 로봇 특허 출원을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지능형 로봇 특허를 16개 등록했는데 2020년 65개로 늘어났다. 2021년은 48개이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허가 있어 추가로 실적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2017년 13개에 불과했던 지능형 로봇 특허를 2021년 37개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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