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전세보증금을 반영할 경우 30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주인(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므로 부채로 봐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6일 발표한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자료에서 최근 5년간(2017~2022년)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국내 가계부채가 70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이 총 전세보증금 규모를 전세보증금 부채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 초과)보증금 부채의 합으로 보는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 국내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는 2017년 말 770조 9000억 원에서 2022년 말 1058조 3000억 원으로 5년 만에 287조 4000억 원(37.3%) 증가했다.
여기에 금융기관 대출 등을 더하면 같은 기간 전체 가계부채는 2221조 5000억 원에서 2925조 3000억 원으로 703조 8000억 원(31.7%) 늘어난다고 한경연은 추산했다. 전세보증금을 반영하지 않은 지난해 가계 신용(포괄적 가계부채)은 1867조 294억 원이다. 특히 2020~2021년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전세금이 급등하고 코로나19로 생계비 등 대출이 증가한 것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이유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8%로 통계 확보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4위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156.8%로 높아져 수치 자체로는 31개국 중 1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나머지 국가의 가계부채에는 전세보증금이 반영되지 않았다.
소득에서 각종 세금과 부담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전세보증금 반영 전에는 206.5%였으나 이를 포함하면 303.7%로 급등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대출 잔액 기준으로 2017년 66.8%에서 지난해 말 76.4%로, 같은 기간 신규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64.3%에서 75.3%로 각각 증가한 것도 가계부채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자산시장 연착륙으로 대출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규제 개혁, 세제 개선 등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증진과 금융 방어력 확충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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