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억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어학사전을 찾던 중 “기억은 머리로 하고, 추억은 가슴으로 한다”는 문장을 봤는데 상당히 공감했다. 특히 1월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를 되돌아보며 그 느낌이 더욱 뚜렷해졌다.
연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는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 긴축정책 중단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자산 시장의 가격 조정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반영해왔고, 가격 조정은 역사적 데이터와 비교할 때 상대적 저평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투자자를 불편하게 했던 금리 인상이 곧 끝날 수 있다고 하니 희망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통화정책 완화의 좋은 ‘기억’은 조정을 받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여준다. 지난해 투자자에게 심적 고통을 안겼던 위험자산은 2020년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기록했던 투자 대상이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끝나고 곧 인하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억’은 투자자로 하여금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한발 나아가 완화 기조의 기억 다음으로 경기와 자산 시장의 호황이 있었다는 ‘추억’을 가슴으로 느끼고 심박수가 올라가 현재의 소극적 투자 태도가 과거의 실수를 또 반복하게 할 것이라는 의미로 재해석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는 조급함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2월 주식시장을 보며 ‘토끼를 발견한 후 사냥개를 풀어도 괜찮다’는 뜻의 ‘견토방구(見兎放拘)’라는 사자성어를 이용한 것은 조급함보다 느긋함에서 자신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환경이 빠르게 바뀌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경제활동은 그렇지 않고 바뀐 거시 환경에 경제주체가 어떻게 적응해갈지 검증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앞서 통화정책 완화의 ‘기억’이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통제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한 후 동결 기조가 시작됐을 때 평균 6개월에서 최장 13개월 이후 금리 인하로 선회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연준이 과거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말하면 인하를 해야 할 만큼 공포스러운 거시 여건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동결 국면이 끝나고 인하 국면으로 진입할 때 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시절은 없다. 만약 연착륙에 성공하고 다시 경기 확장을 시작한다면 중앙은행은 다시 물가와의 끊임없는 전쟁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산에 대한 저평가 진단을 공감할 수 있을 때가 최적의 투자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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