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3월, 늦어도 9월까지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12일 외신 기자 간담회)
“WGBI 신속 편입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자본 시장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 (19일 다보스포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WGBI 편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는 물론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해외 투자가들에게 WGBI 편입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추 부총리가 직접 미는 WGBI가 무엇인지, WGBI 편입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글로벌 채권 투자 벤치마크 지수…추종자금 2.5조弗
WGBI는 미국과 일본·영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세계 최대 채권 지수 중 하나입니다. 세계 주요 채권 펀드 투자가들의 대표적인 투자 잣대로, 추종 자금만 2조 5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죠. 한국이 이 지수에 일정 비중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투자가 진행되며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입니다.
WGBI를 관리하는 FTSE러셀은 국가들을 레벨 0~2로 분류하고 레벨 2로 분류된 국가만 지수에 편입합니다. 분류 기준은 △국채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S&P 신용 등급 A- 이상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 인데요, 우리나라는 국채 발행 잔액과 국가 신용 등급 기준은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에 일부 제한이 있다고 평가 받아 레벨 1으로 분류된 상태입니다.
WGBI 편입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FTSE러셀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분류했습니다. 레벨 1국가 중에서도 레벨 2로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FTSE러셀은 매년 3월과 9월에 지수 편입 결정을 내리는데, 기획재정부는 3월을 목표로 하되, 늦어도 9월까지 지수에 편입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90조 원 유입…환율 안정, 국고채 발행금리 하락 효과
FTSE러셀은 국채의 시장 가치에 따라 편입 비중을 결정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중이 2.0~2.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에 해당되죠. 다만 한 번에 2.5% 수준으로 편입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수개월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편입 비중이 확대됩니다. 편입 비중이 클수록 외화 자금 유입이 많아지니, 정부가 WGBI 편입을 서두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이를 고려하면 WGBI 편입에 따른 외화 자금 유입 규모가 최대 9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겠죠.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채 투자를 늘리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이 줄어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채 이자 비용 절감 효과만 최대 1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박차…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
WGBI 편입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할 법 정비부터 나섰습니다. 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외국인 국고채 투자에 대한 이자 및 양도소득세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게 됩니다. 국채 투자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떼지 않으니 한국 국채에 대한 매력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동시에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채통합계좌 운영을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세계 최대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와 양자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유로클리어가 예탁원에 국채 통합 계좌를 개설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가지지 않아도 통합 계좌를 통해 국고채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추 부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유로클리어 수장을 직접 만나 국채통합계좌 운영을 서둘러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외국인투자자등록제도 폐지됩니다. 외국인투자등록제는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주요 인적 사항을 등록해야 하는 제도로 외국인투자가들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도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온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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