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잇따라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시 침체와 환율 상승 등으로 비이자수익은 감소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수익이 늘어났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금융권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지배기업소유지분 순이익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2조 720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리딩뱅크를 다투고 있는 KB금융(2조 7566억 원)에 약간 못 미치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1조 3204억 원으로 KB금융(1조 3035억 원)을 소폭 앞섰다.
우리금융도 올해 상반기 1조 7614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났으며 2분기 순이익은 9222억 원으로 오히려 1분기보다 실적이 좋아졌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이익이 조금 줄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나금융 상반기 순이익은 1조 727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 감소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조 2264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들의 이익 개선세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올해 1분기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98%로 전 분기보다 9bp(1bp=0.01%포인트) 개선됐다. 우리은행 NIM도 1.58%로 전 분기보다 9bp 올랐으며 전날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의 NIM도 1.73%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7bp 상승했다. 다만 올해 9월 중단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 조처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상반기 대거 쌓아두면서 실적 개선 정도가 제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제적 충당금 적립이 아니었다면 실적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1분기 603억 원에 이어 2분기에도 1243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으며 신한금융도 상반기에만 2990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금융 당국이 금융권에 요청한 취약차주들을 위한 자체 지원책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시현한 만큼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을 바라보는 눈들이 따가워 이익이 너무 좋아도 걱정”이라며 “결국 은행들이 대출 만기 연장이 종료되는 9월 이후 취약차주들을 위한 다양한 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이런 비판을 피해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정책금융기관·연구기관 등과 함께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연착륙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2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차주별 상황이 다르고 금융회사 간 혼선을 막기 위해 은행·비은행권 등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협의체를 통해 금융회사별 차주에 대한 자율적 조치 계획을 살펴보고 전 금융권이 함께 수용 가능한 연착륙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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