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267250) 수석부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 에너지·바이오 등에서 협력을 논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국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전날 게이츠 이사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미국 테라파워의 SMR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관련 전략적 협력 방안과 백신 분야 협업 확장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이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자 게이츠 이사장도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소재 공급망 구축 역할이 중요하며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주에 데모 프로젝트 건설을 시작했으며 2030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 중인 차세대 팬데믹 대응 백신 등 예방 의약품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 가능성이 논의됐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에너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곧장 정 수석부회장과 만나 ‘나트륨 원자로’ 공급망 확대 및 상업화를 위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 사 간 협력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와 HD현대는 테라파워에 투자한 주주사다. SK그룹은 2022년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이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HD현대 역시 같은 해 3000만 달러를 투자한 뒤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SMR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과 협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국내 기업 총수들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동참할 뜻을 나타냈다.
아울러 게이츠 이사장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이재용 회장을 만나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게이츠 재단과 ‘RT(Reinvented Toilet·신개념 화장실) 프로젝트’를 함께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강조했고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지원 등에 대한 삼성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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