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의 내수 비율이 약 80%인 일본은 숙박 매출만 한국의 10배인 약 9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숙박 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H2O호스피탈리티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권역의 숙박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 세계 모든 호텔들의 운영 방식을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는 것이 장기 목표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특이하게도 일본 숙박 업계를 휩쓴 주인공이 있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인 이웅희(사진)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다. 모건스탠리 홍콩 지사에서 5년간 근무하고 2015년 H2O호스피탈리티를 창업한 이 대표는 올해 기준 일본 내 숙박 시설 8000여 곳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 전체 호텔 수가 1만여 곳,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 수는 3만 8000여 곳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비중이다. 한국과 베트남·태국까지 합치면 총 1만 5000개 이상의 객실을 위탁 운영 중이고 판매 대행을 맡은 객실 수도 4만여 개에 달한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에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도 유치했다.
이 대표는 2017년 온라인 숙박 관리 업체 ‘호스포’ 지분을 인수하며 일본에서 종합 위탁 운영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은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연평균 호텔 가동률이 약 80%에 달했기에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며 "신뢰와 원칙을 중시하는 일본 시장의 특성상 소규모 객실을 맡아 잘 운영하며 신뢰가 쌓이자 점차 많은 객실에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숙박 시설의 운영 방식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이 대표의 성공 비결이다. 판매채널관리시스템(CMS)과 예약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RMS), 현장관리시스템(FMS)을 한데 묶은 통합 호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예약 및 시설 관리를 비롯한 호텔 업무 전반을 하나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에 집약했다”며 “H2O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호텔은 최대 50% 이상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매출 향상도 최대 20%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형 호텔을 비롯한 많은 숙박 시설은 여전히 예약 정보가 들어오면 팩스로 받아 직원이 자체 시스템에 수기로 기입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H2O호스피탈리티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예약 정보 입력과 고객 선호에 따른 객실 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투숙객이 스마트폰으로 받은 웹 링크로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 체크인·아웃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화·비대면이 핵심으로 떠오른 코로나19 사태는 이 대표에게 큰 기회가 됐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 숙박 시장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행사가 연기되며 처음에는 크게 당황했다”면서 “하지만 이때부터 많은 숙박 시설들이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오히려 위탁 운영 건수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H2O호스피탈리티는 올해 4월 매출 규모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과 비교해 12배나 증가했다.
이 대표는 향후 전 세계 대형 호텔들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글로벌 호텔관리시스템(PMS) 1위 기업인 ‘오라클호스피탈리티’로부터 자사 스마트 체크인과 도어록 시스템의 정식 연동을 승인받았다. 그는 “포시즌스와 하이엇·메리엇·인터콘티넨털을 비롯한 전 세계 4·5성급 호텔의 99%가 오라클호스피탈리티의 PMS인 ‘오페라’를 활용한다”며 “향후 오페라를 이용하는 전 세계 호텔들에 H2O의 스마트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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