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에뛰드 하우스’가 국내 주요 면세점에서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중국 등 내한 관광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해외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저가 화장품 시장 부진과 코로나 타격까지 받으면서 수 년 째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결국 최근 고강도 사업 정리에 들어갔고, 그 일환으로 면세점 퇴점까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에뛰드는 지난 달 국내 일부 주요 면세점 매장에서 철수 작업을 마쳤고, 나머지 매장에서도 퇴점을 논의 중이다. 에뛰드는 그동안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동대문점, 신세계면세점 부산·명동점, 신라면세점 서울(장충),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롯데 본점·월드타워·코엑스·부산·제주점 등 전국 10곳 이상의 매장에서 영업을 해왔다. 이중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에서는 이미 철수했고, 롯데면세점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면세점 웹·모바일 사이트에서 에뛰드 상품을 검색하면 모든 품목이 ‘일시 품절’ 상태라는 안내가 나온다. 재고가 없는 상황이지만 추가 발주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롯데면세점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뛰드가 자사 브랜드 정책 차원에서 주요 면세점 채널에서 자진 퇴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이 1997년 론칭한 브랜드로 2005년 원 브랜드 숍 에뛰드 하우스를 선보이며 국내 로드숍 화장품 열풍을 주도했다. 이어 한류 붐과 맞물려 한때 국내에서 520여 개, 해외에서 230여 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성장 가도를 달렸다.
특히 에뛰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지분 19.5%를 보유,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씨가 보유한 19.5%는 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에뛰드가 서씨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핵심 계열사로 꼽혀온 이유다.
이런 회사가 화장품의 ‘브랜드력’을 상징하는 면세점에서 힘을 빼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에 있다. 에뛰드는 2018년부터 영업 적자를,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뛰드의 2018년 당기순손실은 283억원에서 2019년 354억원, 2020년 234억원, 2021년 153억원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불필요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전략실장 출신인 이창규 대표를 선임해 자사몰 폐지와 오프라인 매장 축소, 온라인 채널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대대적인 사업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에뛰드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해외 여행객이 줄어들어 상황을 지켜보며 면세 비즈니스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민정씨는 올 초 그룹 전략실에서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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