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반도체 공장들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직격타를 맞아 가동이 중단되며 완성차 업체도 생산 감축에 돌입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현대차(005380) 울산공장의 조립라인은 조립할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장 라인을 일부 시간만 가동하고 있다. 주말 특근 계획도 조정에 돌입했다. 대표적으로 울산 2공장과 5공장 조립 라인은 부품할 차량을 비우고 컨베이어 벨트만 돌리는 ‘공 피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공장과 5공장에서는 제네시스 전 차종과 싼타페, 팰리스이드 등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종이 생산돼 소비자 인도 시점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동남아시아는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밀집돼 있다.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목표 생산량 감축 계획을 앞서 밝힌 바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9월 글로벌 생산량을 목표 대비 40%(50만 대 이상) 줄이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달리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들은 동남아 부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반도체 부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 수입되는 차량 물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감산 여파가 아직까지 한국 세일즈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GM도 본사가 공급량 조절에 돌입하며 인천 부평1공장 생산량을 절반 가량 감축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불거지며 유연하게 생산량 조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미국 캔자스 시티 생산라인의 주말 특근을 중단했고 폭스바겐도 3분기부터 추가 생산량 감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올 하반기에도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의 누적 감산량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연말 전 세계 완성차 누적 감산량이 630만~71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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