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되면서 삼성SDI를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4위 완성차 스텔란티스와 미국 전기차(EV) 기업 리비안 등과의 합작을 통한 미국 투자설이 잇따라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룹 총수의 경영 복귀로 삼성SDI의 미국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에서 업계의 관심은 회사가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지역을 어디로 택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딕 더빈 미국 연방 상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전날 “삼성SDI가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빈 의원은 “이번 주 한국에서 대표단이 건너왔다”며 “다른 사람들도 (삼성SDI)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삼성의 공장이 리비안 바로 옆에 지어지기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삼성SDI는 일리노이주를 미국 배터리 공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 진출 검토 차원에서 적정 지역 선정을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국내 업체들과 달리 미국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 삼성SDI는 2025년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으로 미국 내 전기차 부품 현지생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미국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 했다. 더빈 의원이 언급한 대로 삼성SDI가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하는 건 리비안과의 협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리비안은 2017년 미쓰비시 자동차로부터 1,600만달러(약 183억원)에 매입한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의 공장에서 조립 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4월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가 이 지역에 공장을 세우면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지리적 이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주정부의 통 큰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선 기존 고객사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설립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삼성SDI가 올 하반기 스텔란티스가 선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지프의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양사가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지역은 미국 디트로이트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텔란티스는 최근 디트로이트에 지프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이곳을 미국 생산거점으로 두고 있다. 삼성SDI도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인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가 디트로이트에 셀 공장을 설립하면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제조공정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인근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스텔란티스의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도 가능하다.
다만 삼성SDI가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세울지 독자적인 공장을 설립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여러 후보지를 돌면서 각 주정부의 혜택 등을 비교해 최종 공장 부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검토 결과에 따라 새로운 투자지로 제3의 지역이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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