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플러스 전환은 (세계 경제에) 더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전조일 수 있다.”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달 30일 포브스에 기고한 ‘한국이 다시 해내고 있다: 회의론자들이 틀렸음을 입증하며’라는 칼럼에서 한국이 1분기 경제성장률 1.6%를 기록해 코로나19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한 내용을 다뤘다. 페섹은 “1998년 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로 컸던 한국은 지역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회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며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에서는 최악을 면했고 2013년 신흥국 긴축발작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페섹은 “이제 한국은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한 국가가 됐다”면서 “‘금강불괴(Teflon)’ 한국은 숏 포지션을 취한 시장 참가자들(bears)의 예상을 뒤엎고 1분기 1.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고 했다. 민간소비, 기업투자와 정부지출이 모두 늘어나며 미국이나 일본보다 빠른 경제 회복을 견인했다는 것.
페섹은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 수출이 중국뿐 아니라 회복 초기에 있는 미국과 유럽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변수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부산물인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와 미국·유럽·일본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 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채가격 폭락 등을 꼽았다.
그럼에도 페섹은 한국 경제의 정상궤도 복귀가 세계 경제 회복의 전조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개방형 수출 국가이자 상당한 규모의 무역국인 한국보다 풍향계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움직임은 훨씬 더 큰 경제가 몇 주 혹은 몇 달 뒤 어디로 향할지 힌트를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페섹은 한국 경제 성장이 중국의 확장정책 전환보다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상황은 잠깐의 일탈(aberration)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순수익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했다.
페섹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수십년간 한국은 가전, 디지털기기, 석유화학, 반도체, 대중문화 수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돼 ‘중진국 함정’을 극복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제 수출에서 혁신·서비스로 성장동력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의 ‘낙수효과’를 노린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법인세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택했다”면서 “한국이 다시 성장하고 있는 지금 문 대통령은 다시 경제 구조를 재편할 기회를 갖게 됐고, 이는 계속해서 반대론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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