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 혁신을 추진한다. 상장 후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우호주주 간의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하도록 적극 돕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 기업들이 제값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손질할 방침이다. 현대 공모주 청약 후 일주일 이상 걸리던 절차도 3~5일로 크게 단축시킨다.
29일 한국거래소는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를 열어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11개 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거래소는 우선 최대주주가 2·3대 주주 등 우호주주와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유니콘 기업의 경우 상장 후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해외 증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손 이사장은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낮은 경우 다양한 경영권 안정화 방안과 우호 지분 등을 감안해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또 국내 상장 기업이 제대로 된 몸값을 책정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영업 실적 등 ‘기업의 계속성’ 위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던 방식을 사업 계획 및 공모 자금 사용 계획 등 ‘미래 성장성’ 위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별 전문가를 상장공시위원으로 위촉해 미래 성장 기업의 상장 심사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복잡한 상장 절차도 간소화한다. 납입·등기·전자등록·승인 등의 실무 절차를 단축하고 패스트트랙을 마련해 청약 이후 6~7일 이상 걸리던 상장 절차를 3~5일로 크게 단축할 계획이다.
또한 신규 상장 심사 승인 이후 스팩 합병 상장으로 전환하는 경우 예비 심사를 다시 신청해야 했던 기존 제도를 개편해 합병과 관련한 추가 서류만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우리는 투자 매력도가 높은 글로벌 시장이 되느냐, 아시아 주변부 시장으로 남겨질 것이냐의 기로에 있다”며 “우수한 기술로 무장한 국내 유니콘 기업이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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