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정상화 덕에 증시가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돌아서고, 이에 저금리는 ‘불난 데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겐 50조 원 악팎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 있어 올해 7~8월 국내 증시에 오버슈팅(과열 현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사상 최고치를 다시 뚫은 국내 증시가 ‘뜨거운 여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첫 번째 근거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다. 오 센터장은 “현재 유동성 장세(봄)와 실적 장세(여름)의 간절기에 위치한다”며 “백신과 정책 효과로 미국의 실물 경기가 회복되고 한국 수출 기업들은 그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개인들이 넉넉히 들고 있는 ‘실탄’은 증시를 흥분 상태로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 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올해 민간 부문에서 지출하고 남는 여유 자금 200조 원 중 절반인 100조 원 안팎이 증시로 들어올 수 있다”며 “이미 개인들이 40조 원 이상의 주식을 최근까지 사들였기 때문에 50조 원 안팎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코스피 지수가 한 번 전고점을 돌파하고 올라서면 올해 1월과 같은 과잉 매수 구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오 센터장의 판단이다.
다만 실적 개선이 업종별로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매매하기가 쉽지는 않은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 센터장은 “2분기에는 자동차·철강·IT·하드웨어·가전이, 하반기에는 유통·화장품·반도체·소프트웨어 등의 실적 개선세가 확연해진다”며 “개별 기업의 실적을 보면서 순환매하지 않으면 수익을 크게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주가가 부진한 친환경·그린 테마 기업들도 하반기에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미국의 초대형 인프라 법안 통과가 6월경 이뤄지고 한국도 수소경제 로드맵의 속도를 내기 위한 실행 방안이 나오면 그린 테마 주들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가 고점이 9월쯤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분기부터는 ‘금리 뜀박질’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단기 고점을 봤다”면서도 “실물 경기의 완연한 회복으로 4분기부터 진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 국채 금리가 높이뛰기를 하면서 연말 1.9% 선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주가가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온 상태여서 경기 민감 주들을 사서 장기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향후 6개월간 빠른 순환매에 대응하든지 농부의 마음으로 5년 이상 갈 그린 테마 주를 모아가든지 해야 한다”고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한편 연초 이후 나 홀로 부진한 중국 증시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미중 갈등의 측면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르지 않아 중국 증시에 악재”라며 “게다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과도한 경기 부양 후유증을 경험한 중국 정부는 유동성 관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하락 우려도 낮은 상황이어서 이 시점에 매도할 필요는 없다”며 “IT·소프트웨어·바이오 등은 유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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