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의 2대 주주 KCGI가 대한항공(003490)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하고 “경영진의 의도가 의심된다”며 ‘비전 2023’ 이행을 촉구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내용을 지키고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라는 것인데 올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항공업 위기, 한진그룹의 대응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KCGI가 영상을 올린 것은 약 3개월 만이다.
과거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나와 한진그룹 2대 주주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KCGI의 최고운용책임자(CIO)인 신민석 부대표가 나와 현재 국내 항공업 및 한진그룹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 부대표는 “대외 변수 영향으로 유가와 환율이 빠르게 상승해 항공업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공 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한진그룹 역시 적극적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항공사의 3·4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8%나 줄었고 4·4분기 역시 매출 둔화와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봤다. 또 대한항공은 △항공사 과당경쟁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여객 감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물 물동량 감소로 영업익이 78.2%나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대표는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한 것,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것이 얼마나 항공업이 위기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신 부대표는 위기 상황에서 과연 한진그룹이 적절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3·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61%로 코스피 상장사 중 1위”라며 “영구채 1조원을 부채로 인식하면 부채비율은 1,60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부채비율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아시아나처럼 최악의 상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 부대표는 비효율자산 매각 등 적극적 위기 대응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전2023을 통해 밝혔던 송현동 부지매각 및 부채비율 395% 달성, 신용등급 A+ 달성 등의 내용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장은 3월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의 약점인 부채비율을 부각해 현 경영진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과 관련된 사항들을 지적해 현 경영진에 문제가 있고 KCGI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한진그룹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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