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박원형(가명) 씨는 비규격품(실속형) 딸기 처분만 생각하면 한숨이 멈추질 않는다. 당도나 품질은 일반 규격품 딸기와 다를 게 없는데 외형상의 문제로 비규격품이 된 딸기를 매번 헐값 처분해야 한다는 게 분통 터진다. 박 씨는 “맛은 같은데 시중 가격보다 30~40% 싸게 ‘떨이 처분’하는 게 농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박 씨 마음은 모든 농장주의 마음이다. 농가의 이런 속상함을 덜어준 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포스몰’이다. 농수산물 식재료 직거래 쇼핑몰인 포스몰은 생산자와 소상공인을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초에는 수출용 못난이 딸기 유통 활성화를 위해 포스몰을 운영하는 aT 사이버거래소가 탐앤탐스 등 유명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딸기 생산자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수출용 딸기를 헐값에 넘겨야 했던 농가들은 40~50% 높은 가격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프랜차이즈 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니 이득이다. 이 협약으로 성사된 딸기·수박 거래량은 700톤에 이른다. 딸기 12만잔을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 2015년 론칭한 포스몰은 비규격품 농산물 등 유통 활성화로 올해 거래액 300억원을 달성했다. 론칭 당시 147억원 수준이었던 데서 급성장했다. 론칭 이후 현재까지 공급사는 2,800여곳, 구매자는 6만여명으로 확대됐다. 올해 비규격품 판로 개척을 지원해 딸기는 5억6,800만원, 수박은 5억2,000만원의 농가 소득 증대 효과를 거뒀다. aT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포스기(POS)를 통해 상품 구매까지 할 수 있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농산물 재배 농가와 외식업 단체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국산 밀 재배 농가와 경기도 안산 대부도 외식업 지구 내 음식점들과의 중개가 대표적이다. 국민 1인당 밀 연간 소비량은 34.2㎏으로 제2의 주식이지만 정작 자급률은 2017년 기준 1.7%에 불과하다. aT는 밀 재배 장려와 소비 촉진을 위해 대부도 외식업 지구 내 밀 칼국수 특화 거리 조성을 지원했다.
최근 김장철을 맞아서는 절임배추 기획전을 열었다. 김치 명인(名人)의 레시피로 만든 양념까지 추가한 기획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거래액이 5배 늘어난 3억원의 거래 성과를 거뒀다. aT 관계자는 “배추 예약거래 정착화를 통해 생산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김장철 배추를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9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포스몰 회원 대상으로 식재료 공동구매도 진행하고 있다. 식재료 직거래를 통해 외식산업과 농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최근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이 급락한 양파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급 안정에도 기여했다. 판매 촉진을 위해 판매 업체를 대상으로 배송 비용까지 지원했고, 4개월여 간 약 5,000만원 공동구매 실적을 올렸다. aT 관계자는 “포스몰을 이용한 중개거래로 농가 소득을 높이고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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