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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목재, 생명의 흙으로...토종 인공토양 제조술 개발

[농식품 선진 R&D현장을 찾아서]

<4> 양재경 경상대 교수팀

수분 풍부해 식물 생육 촉진 월등

훼손지 유형 따라 맞춤 제조 가능

양재경 경상대 교수팀 소속 연구자들이 훼손된 토양에 기능성 식생기반재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경상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재해로 훼손된 산에 식물을 빠르게 생장시킬 수 있는 인공 토양(식생기반재)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수입에 의존하는 인공 토양 제조 기술 독립이 머지않았다는 임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양재경 경상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7년 버려지는 목재를 이용한 기능성 식생기반재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최근 양 교수팀의 연구 결과물을 ‘2019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임업기술연구개발 사업 지원을 받은 양 교수팀은 기존 인공 토양이 대부분 미국·캐나다 등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마저도 훼손된 토양이 처한 환경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 착안해 토종 인공 토양 제조 기술 개발에 나섰고, 5년 연구 끝에 성공했다.

양 교수팀이 개발한 식생기반재의 특징은 두 가지다. 버려지는 목재를 이용했고, 훼손지 유형에 따라 다른 맞춤형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목재를 원료로 했기 때문에 자연 성분으로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 친환경적이고 생장에 필수적인 수분을 충분히 품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 교수는 “목질 원료에 다양한 전처리와 미생물 첨가, 화학적 처리 기술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훼손지에 따라 3종(생육강화형·미생물강화형·활착강화형)으로 맞춤형 식생기반재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생육강화형은 장기간 수분과 비료 성분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유형이다. 이에 따라 일반 산지 생태계의 토양보다 식물 피복율을 약 1.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물강화형은 생장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 부족한 훼손지에 사용하기 좋다. 특히 병원성 미생물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이 미생물강화형 식생기반재를 산지 습지에 적용해보니 기존 토양보다 식물의 뿌리 생장이 약 1.7배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활착강화형은 토양 유실 방지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특히 경사진 훼손지에서 사용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 유형의 식생기반재를 사용한 결과 토양 유실량이 2배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팀의 연구 결과물은 국내외에서 두루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 14건이 게재됐고, 국내에서 특허 등록 6건, 해외에서 특허 출원 1건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시장성이다. 지난 2011년 1,600억원이었던 식생기반재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편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복숭아 꽃눈 제거용 맥동형 직분사 분무건’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농진청은 이 기술로 꽃눈 제거 노동시간을 83.9% 단축하고, 경영 비용을 78.1%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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