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우리금융그룹에 KDB생명보험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이동걸 KDB산은 회장이 올해 내에 KDB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비은행 영역에서의 성장을 위해 금융회사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선 만큼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우리금융에 KDB생명 인수 검토를 요청했다. 우리금융은 인수 적정성 분석에 이어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산은이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고 했고 최근에는 “KDB생명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M&A에 적극적이다. 21일 롯데카드 우선협상자가 됐고 지난달에는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 인수와 동양자산운용·ABL자산운용 인수도 확정했다. 중대형 증권사 등 조(兆) 단위가 아닌 수천억원 규모의 금융사 인수는 채권발행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KDB생보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미지수다. 생보사는 우리금융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닌데다 KDB생명의 실적이 좋지 않고 가격도 높아 우리금융이 주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임세원 ·서은영기자 why@sedaily.com
<값 얽매이지 않겠다는 산은... 네 번째 매각 성공할까>
KDB생명은 이동걸 회장이 ‘인수하지 말았어야 할 대상’으로 지적할 정도로 산은에 인수된 후 상황이 좋지 않다. 전체 업황이 나빠졌고 수차례 매각 시도도 무위로 돌아갔다. 다만 이제 막 지주사로 전환하며 비은행 금융계열사를 확보해야 하는 우리금융의 상황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임 회장과 달리 이 회장이 산 가격에 구애되지 않고 매각에 성공한 점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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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은 산은이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사모펀드를 조성해 금호그룹에서 6,500억원에 인수했다. 추가 대출과 유상증자분을 합하면 모두 1조1,5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산은은 KDB생명 지분 92.7%를 들고 있으며 2014년 이후 몇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국민연금 등 펀드투자가들은 내년 초까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형 3사가 장악한 생보시장에서 KDB생명을 비롯한 중소형 생보사를 여러 개 인수해 사각지대의 시장을 파고든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생보 업계 12위의 중소형사다. 보험종류별 시장점유율은 2019년 1·4분기 기준 개인보험 3.6%, 단체보험 3.2%로 낮은 편이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상위 3개사가 각각 43.3%와 68.6%를 장악했고 외국계 9개사를 비롯해 국내 중소형 12개사가 나머지를 나눠 갖는 구조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2017년 108%로 낮았으나 올해 1·4분기에는 212%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150%를 하한선으로 본다.
이뿐 아니다. 산은이 KDB생명에 쏟아부은 돈만도 1조원이 넘고 올해 10월 만기 후순위채가 1,400억원에 이르는 등 인수가 자체가 높고 인수 후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추가 자본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생명보험의 업황이 좋지 않으며 추가로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재무적투자자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교보생명을 비롯해 오너리스크와 자본확충 부담이 있는 흥국생명도 업계 일부에서는 앞으로 매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국 KDB생명이 매물로서 매력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우리금융을 끌어들이려면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B 업계에서는 생보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정도여서 KDB생명 순자산(장부가치)의 절반인 5,000억~ 6,000억원이 적정가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이 회장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매각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우리금융과 협상을 벌일 여지는 있다. 또 손태승 회장도 롯데카드를 전격 인수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각 흐름을 바꿀 변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에 이어 카드·저축은행 등 광범위한 금융사 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보험은 대규모 자본 활용이 가능한 후로 미루거나 가격 매력도가 커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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