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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FOCUS] 10년새 ‘400억→1,500억→ 1.1조’?… 지오영 ‘미스터리'

사모펀드 손바뀜 3번에 몸값 11배

경영권 없이 비싼 투자에 업계 갸우뚱

기존 경영진 지분 팔고 다시 사는 방식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의 국내 의약 물류업체 지오영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자인 조선혜 지오영 회장 등과 손 잡고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 붓는 투자다. 다만 경영권 변동 없이 PEF만 거치는 손 바뀜 세 번 동안 몸값이 최소 10배 넘게 치솟은 것을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 잘게 쪼개진 해외 법인 등이 얽힌 복잡한 지분 구조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기업가치가 1조 1,000억원에 달하는 지오영 인수를 위한 공동대출인 인수금융 참여자와 구조를 이번주 확정한다. 인수금융 주선은 NH투자증권이 맡기로 했다.

블랙스톤은 이달 초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로부터 지오영 지분을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해 시작해 해를 바뀌면서까지 이어지던 인수 협상에 끝맺음을 맺은 것이다. 다만 SPA 이후에도 거래구조가 확정되지 않아 계약을 둘러싼 소문만 무성했다. 블랙스톤이 1조1,000억원을 들여 지오영을 사들인다는 얘기부터 지분 70%, 혹은 앵커가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분 45.85%만 인수한다는 등의 추측만 나돌았다.

1조1,000억원이라는 숫자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앵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45.85%인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스톤이 앵커 보유 지분에만 1조1,000억원 들이는 경우엔 ‘과한’ 몸값이 된다. 2009년 골드만삭스PIA는 지오영의 지분 45.40%를 400억원에 사들였다. 2013년 앵커의 투자금액은 1,500억원이었다. PEF를 거쳐 지분이 거래된 10년 동안 몸값이 무려 27.5배나 뛴 셈이다. 같은 기간 3,124억원이었던 자산은 1조1,326억원으로 3.6배, 7,839억원이었던 매출은 2조5,762억원으로 3.3배 늘었을 뿐이다.

지분 100%로 했을 때의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이라고 해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블랙스톤이 45.85%의 지분을 사는 데 써야 하는 돈은 5,000억원 가량. 10년새 매각가격이 11배 넘게 뛰었다. 2013년 앵커가 투자했던 금액(1,500억원)과 비교해도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70%를 사들일 경우엔 7,700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2018년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59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EBITDA 배수가 18.6배나 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도 포함돼 있지 않은 지분의 거래치고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이상한 딜”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경영권이 포함된 ‘바이아웃(buy-out)’ 거래엔 경영권 프리미엄이 30%가량 붙는다. 이와 관련해 매수자문을 맡은 골드만삭스증권은 “투자금액과 거래 구조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블랙스톤이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라는 점은 주주현황에도 잘 나타난다. 지오영은 특이하게 앵커가 사실상 최대주주이지만 6개의 해외 투자법인으로 나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지분율 23.66%인 조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쥐고 있다. 2009년 골드만삭스가 지분 투자를 했던 당시 2개였던 해외 투자법인은 2014년 8개로 잘게 쪼개진 뒤 2017년 7개로 다시 줄었다. 이들 법인은 지난해엔 조 회장의 이름을 따 ‘조선혜홀딩스(Sun-Hae Cho holdings Ltd.)’ 등과 같은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번 거래 이후 지오영을 지배하게 될 해외 투자법인도 ‘조선혜지와이홀딩스’다. 블랙스톤과 조 회장이 이 회사에 투자금을 넣은 뒤 인수금융을 통해 지오영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다. 현재 블랙스톤이 맺은 SPA는 앵커의 지분으로 추정되는 해외 투자법인 소유지분(45.85%)에 국한한 계약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기존 지분을 얼마나 인수하느냐에 따라 전체 거래규모가 확정된다.

이번 거래의 핵심이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인 것도 이런 이유다. 블랙스톤과 창업주인 조 회장이 이 회사에 투자금을 넣은 뒤 인수금융을 통해 일정 지분을 인수한 뒤 지오영을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는 앵커와 펀드 출자자(LP)의 지분으로 추정되는 해외 투자법인 소유지분(45.85% )에 대한 SPA만 체결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인 조선혜·이희구 회장의 지분(35.47%) 등 포함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조선혜지와이홀딩스 보유 지분을 늘릴지 여부가 전체 거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 이후 조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은 지주회사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기존 경영진은 자신의 지분을 판 뒤 그 돈과 인수금융을 통해 빌린 돈으로 이를 다시 사는 셈이 된다. 돈을 담는 그릇만 국내 법인에서 해외 투자법인으로 바뀐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블랙스톤이 국내에서 물류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나서고 있는 만큼 지오영의 가치를 다른 투자자보다 높게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블랙스톤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물류단지 2개 동을 1,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오영은 의약 물류분야에서 국내 압도적 1위 사업자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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