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의 기본 중의 기본은 ‘퇴직연금 굴리기’이다. 회사책임형(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운용하고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선 운용에 신경 쓸 필요도, 여지도 없다. 그러나 개인책임형(DC)형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하고 있거나 소득공제목적으로 별도의 개안연금계좌(IRP)를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인이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은퇴 이후 받는 연금의 차이가 수 천 만원 혹은 그 이상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를 위해 납입하고 있는 연금저축펀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개인이 운용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받아 쥐는 돈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생업에 바쁜 직장인들이 일일이 퇴직연금, IRP, 연금저축 계좌를 열어 펀드를 교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때 그때 금융시장 상황과 은퇴 시점을 고려해 각종 자산별, 지역별 비중을 조절하고 펀드를 교체해야 한다. 가히 전문가급 지식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이런 직장인들을 위해 자동적으로 자산배분을 해주는 금융상품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타깃데이트펀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은퇴시점에 맞춰 생애주기에 맞는 자산배분을 알아서 해주는 상품이다.
퇴직연금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 먼저 도입된 이 상품이 국내에서도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점점 인식이 높아지면서 가입액도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체 TDF에 유입된 자금은 1,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4월 11일 현재 TDF 설정액은 1조5,250억원, 순자산은 1조 6,799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공모펀드의 자금이 빠지고 있는데 반해 TDF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는 기존 연금계좌에서 적립식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데 더해 신규로도 TDF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규석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솔루션 본부장은 “이제는 투자자들도 ‘몰빵 투자’보다는 분산투자를 원하는 추세”라며 “TDF에 맡겨 놓으면 알아서 분산과 리밸런싱을 해주기 때문에 연금 가입 고객들이 TDF에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TDF의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숫자는 퇴직시기를 의미한다. 예컨대 TDF 2030이라면 이즈음을 은퇴시점으로 가정하고 자산배분이 이뤄진다. 은퇴시점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고수익을 노리기 위해 주식 등의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높이고 은퇴시점이 가까울수록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편입비중을 높인다. 이외에도 금융시장 환경에 따른 리밸런싱도 이뤄진다.
현재 국내에선 8개의 운용사가 TDF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 2016년 4월 한국형TDF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판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뛰어들었으며 미래에셋도 기존의 유사한 콘셉트의 상품을 TDF로 이름을 바꾸면서 재정비해 이 시장에 가세했다. 신한BNPP,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이 잇따라 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운용 규모는 삼성자산운용이 5,486억원으로 가장 크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양한 상품라인업과 수익률을 무기로 4,968억원까지 설정액을 불렸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TDF 2025에서 5년 단위로 2030, 2035,2040,2045까지 갖추고 있으며 이외에도 일부 운용사들은 2020과 2050까지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꼭 연금계좌가 아니라도 일반 펀드 대신 TDF에 가입하는 투자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알아서 리밸런싱을 해주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대학입학연도 등 특정 연도를 정해 적립식으로 자녀 명의로 가입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은 “자산관리 능력이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경우 퇴직할 때까지 알아서 운영해주는 TDF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DC형과 IRP계좌를 방치하지 말고 TDF에 가입해두면 장기적으로 예금이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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