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통업체 어디를 가보아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매일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롱런제품’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해외 바이어들은 결국 ‘차별성’이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별히 맛이 있거나, 특별한 모양이거나, 특별히 가격이 싸거나, 혹은 특별한 가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맛과 모양, 가격 차별화는 누구나 인지하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가치’라는 것은 무엇일까. 바이어들은 타사에서 쉽게 보유할 수 없는 독자성이라고 한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인증 받은 건강 기능성, 상표권, 제조기술이나 특허 등의 독자성이 특별한 가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 수출 농식품을 살펴보자. 해외에서 인기 상품이 되어 대량수출로 이어질 듯하다가도, 현지에서 유사상품이 생산되는 바람에 갑자기 수출길이 막혀버리는 사례를 간혹 볼 수 있다. 과거 일본으로 수출이 잘 되고 있던 김치, 유자차, 고추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누가 보아도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들이지만, 지금은 일본 현지에서 생산되는 일본산에 밀려 점유율이 10~20%대에 머무르는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으로 대량수출이 기대되었던 쌀스낵 역시 현지 생산품에 의해 밀려나고 말았다. 한국산만의 독자성이 없었기에 가격경쟁력에서 지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가치를 민간기업 스스로가 쉽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미래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클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미래에 클’ 한국 고유의 독자적 가치를 보유한 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이다. 농식품부와 aT는 미래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고유의 지속가능한 차별적 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aT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동경식품박람회에서 미래클 홍보관을 운영했다. 일본이 한국 신선농산물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일본수출이 유망한 신선식품 위주로 참가상품을 선정했다. 동시에 한국 고유의 독자적 가치로서 ‘건강기능성’을 보유한 상품들로 당조고추, 새싹인삼, 깻잎, 저온압착들기름, 상온진공건조 천연조미료 등 5개 품목을 선보였다. 당조고추는 식후 혈당치의 급상승 억제, 새싹인삼은 기억력 유지, 깻잎은 내장지방 감소, 들기름은 기억력?혈행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기능성을 보유한 상품들이다.
특히 당조고추는 이미 2016년에 일본 규슈대학을 통한 임상시험으로 기능성을 검증하였으며, 작년 10월에는 일본에서 수입산 최초로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되었다. 기능성표시식품이 된 당조고추는 현지의 청과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과학적 검증을 받기 위해 4년여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타국산에 대해 차별적인 가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새싹인삼과 깻잎도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3,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 국가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새싹인삼과 깻잎이 갖고 있는 진세노사이드, 로즈마린산 등 성분분석부터 시작하여 임상시험까지 향후 5년 뒤, 10년 뒤를 바라보고 한국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일찍이 한국의 농식품은 건강과 미용에 좋다고 인식되어 왔다. 이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기능식품으로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농식품의 기능성에 대해 국내 학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많지만, 정작 업계에서 해외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는 부족한 편이다. 미래클 프로젝트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는 첫 발이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 기준과 근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식품이 해외수출에 날개를 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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