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경제 규모 2위로 부각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50%를 잠식하며 위협적인 성장을 거듭하자 환율조작국 지정, 시장개방 등이 운운되며 강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1985년 심각한 무역적자에 빠져 있던 미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장한 일본을 상대로 한 ‘플라자합의’ 및 일련의 과정들과 오버랩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멋진 타이틀 속에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통제된 위안화의 약세 속에서 형성된 국부는 비효율적이며 반시장적인 자산배분이 지속되자 마침내 부담스러운 부채, 부동산 버블 붕괴, 빠른 외환보유액 축소, 경상수지 적자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며 경제성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외환위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경험한 우리와 태국을 위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1990년대 후반과 오버랩된다. 정부가 항복(구제금융 신청)을 하기 직전까지도 ‘펀드멘털 이상무’를 외쳤던 장면은 더더욱 그렇다.
더 들어가서 지표를 살펴보자. 중앙은행들의 공통된 목표는 대체로 물가안정과 고용으로 표현된다. 정책입안자들의 대표적 관리지표가 이 두 가지 및 이에 파생된 지표들일 것이다. 널리 회자되는 장단기 금리 차와 실업률 변곡점이다. 미국의 경우 극명한 대비를 위해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차를 보면 1967년 이후 장단기 역전이 발생한 일곱 차례 상황에서 일곱 번 모두 약 10개월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실업률은 1950년대 이후 11차례의 변곡점 발생 후 아홉 번에서 약 9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10y-3m 금리 차는 0.66까지 축소돼 역전을 앞두고 있고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인 3.7%에 도달하고 있어 마치 변곡점이 임박한 듯한 모습이다. 1968년 이후 두 지표가 동시에 경기침체 진입을 예고했던 일곱 번의 순간들과 오버랩된다.
이렇게 너무나 많은 위기에 대한 데자뷔들이 초네트워킹 사회에서 공유되고 위기·불안의 감정을 강화하는 중에 있어 자기실현적 기대의 부정적인 효과를 증폭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에서 뜻밖의 반전을 기대한다. 첫째, 대충 보면 완벽한 오버랩이지만 조금만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모습들도 존재한다. 정책금리의 급한 인상에 따른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진행됐지만 이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각변화에서 보면 역전 이전에 재차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편 위에서 본바 10개월여 이상의 시차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관찰됐지만 금리 역전이 나타난 2006년 이후에도 화려한 주식시장의 랠리가 2007년에 관찰됐다. 거의 대부분 상황이 같은 듯하지만 다르다.
둘째, 마치 움직이는 과녁을 맞추는 것과 같은 일체의 경제적 판단들은 그 자체로 상호작용을 통해 지대한 영향을 준다. 어떤 자산이 비싸다고 생각해 매각한다면 매각을 통해 자산가격이 이미 싸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대부분 위기에 앞서 흔하지 않았던 위기감에 대비하는 행위들이 그 자체로 극단적인 위기를 면하도록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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