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급감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총 55만4,726대(도매 기준)를 팔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6만5,750대)보다 1.7%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중국 역시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상반기까지는 지난해보다 나았지만 하반기 들어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4분기 현대·기아차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전과 달리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계속 내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당장 판매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악재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동남아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으로 현대차 입장에서는 취약지역 중 하나다. 현대차가 지금 이 지역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성공 역시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동남아 지역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 지역의 성장성 때문이다. 연간 5%를 웃도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동차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오는 2020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480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6위권 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올해부터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서 동남아 주요 10개국 간 무역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동남아 지역의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동남아의 어떤 지역에 거점을 두더라도 다른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는 것에 장애가 없다는 말이다. 현대차가 베트남 조립 합작 공장의 증산을 검토하는 것 역시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두더라도 이제는 동남아 전역으로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지난 1월 “일본 차가 동남아를 장악하고 있지만 이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전략만 있다면 시장점유율을 25%까지 바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특히 ‘생산량 10만대’의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립 공장을 완성차 공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프레스 라인이 필요한데 이를 들여오려면 생산량이 적어도 10만대는 넘어야 한다. 결국 베트남 공장 생산량 확대는 조립 공장을 완성차 공장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을 함께 핵심 국가로 꼽고 민간 기업의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불안정한 정치 환경에 진출을 겁내는 기업을 위해 정부가 나서 보증을 서며 기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고 자평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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