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0년이 지났다.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 일부 신흥국들이 통화위기를 겪자 대략 10년마다 대규모 위기가 반복된다는 10년 주기설이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몇몇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전면전인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더라도 금융시장 불안과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필요는 있다.
첫째 신흥국 불안, 미중 무역전쟁, 국내 경기둔화 등 위기 요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가격이 대대적으로 하락할 때는 현금이 가장 안전하다. 부동산 같은 비유동성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출까지 동원한 무리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현금을 마련해 놓으면 우량한 자산의 가격이 급락할 때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어 향후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부동산 매각 소식이 잇따르는 것도 현금 확보 차원으로 파악된다.
둘째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에 주가가 하락한다고 적립식 투자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상당수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해 손실이 늘어나면 적립식 투자를 멈추고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가 하락기에 적립식 투자를 중단하면 낮은 가격에 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놓치게 돼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낼 시기는 그만큼 늦춰지게 된다. 반면 일정한 금액을 매월 꾸준히 매수하면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은 수의 주식을 사고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러면 한 주당 매입가격을 낮춰 싸게 살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늘릴 수 있다.
셋째 체계적으로 투자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변에서 주가가 올라서 돈 좀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고점에 매수하고, 버티고 버티다 손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저점에서 매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처음부터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조정한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금과 주식 비중을 6 대 4로 설정했다고 하자. 6개월 후에 주가가 올라서 예금과 주식 비중이 4대 6으로 달라졌다면, 주식을 일부 정리해 4로 맞추고 예금 비중을 6으로 확대하면 된다. 다시 6개월 후에 주가가 떨어져 예금과 주식의 비중이 8대 2로 변화했다면, 예금에서 2를 빼서 주식 비중을 다시 4로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자산관리는 유행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일 게 아니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넷째 시장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배당주 투자는 주가 등락이라는 위험을 배당수익이라는 확실한 소득으로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저금리 상황에서는 세금을 줄여 세후 수익을 증대하는 게 안전하다. 장기저축성 보험, 비과세 종합저축, 연금저축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비과세 및 절세 상품을 고려해 볼 만하다. 보험 상품이 갖고 있는 최저보증이율과 최저적립금 등을 확보하는 것도 안전장치로 활용 가능하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우직하게 실행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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