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락세에서 반등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중단이라는 악재에 1·4분기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하락세를 보였지만 펀더멘털 대비 최근 주가 급락세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분석이 주가 반등을 이끌고 있다. 특히 글로비스가 국내 물류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운송업체인 글로비스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 21일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가 각각 이사회를 통해 분할 합병안을 취소한 후 6거래일 중 단 1거래일도 상승하지 못했다. 5거래일은 하락, 1거래일은 전날과 같은 종가를 기록했다. 21일 당시 종가는 15만500원이었는데 30일은 13만1,000원으로 12.9% 급락했다. 같은 기간 글로비스가 포함된 운수·창고업종 지수가 4.7%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두 배 이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으로 동종업종 대비 40%가량 할인 거래 중”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모비스의 모듈 AS 부품 사업 부문을 합병해 향후 성장 기대감이 컸다. 4월18일 종가는 18만8,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중단됐고 여기에 1·4분기 글로비스 매출(-5.7% )이나 영업익(-21.5%)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나오게 되면서 글로비스 주가 수준은 지배구조 개편을 알린 3월28일 이전의 15만원대 벽도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비스 주가가 당분간은 횡보하겠지만 펀더멘털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결국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어야 하고 글로비스에는 기존보다 불리한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지금의 글로비스 가치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지배구조의 플랜B는 아직도 충분한 호재라는 지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로비스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글로비스가 향후 대주주 지분 해소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및 성장을 위한 투자와 신산업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며 “시너지가 기대되는 모비스 신설법인의 합병 역시 주주 의견에 따라 장기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나 여전히 기대해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비스가 경협 확대 훈풍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조용민 애널리스트는 “남북한 해빙 무드로 물동량이 늘어나면 운송주가 부각될 것”이라며 글로비스를 수혜주로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비스의 지난해 국내 물류 부문 매출 1조2,526억원 중 대북 수혜주로 분류되는 그룹 계열사 현대건설(413억원)이나 대북 철도 사업을 주도할 현대로템(250억원) 매출은 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 역시 글로비스의 운송력을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밖에 주요 유통 업체인 롯데마트·신세계푸드·해태 등도 글로비스 고객사다.
신한금투는 “남북한 경제권이 통합되면 운송업체 타기팅 국토 면적이 9만7,000㎢에서 21만8,000㎢로 커지고 인구수는 5,100만명에서 7,700만명으로 늘어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던 운송업체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글로비스 등 운송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에서 글로비스의 주가는 31일 전날 대비 2.67% 오른 13만4,500원에 마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오랜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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