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의 매각측이 매각희망가를 할인하며 인수후보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딜라이브 매각의 최대 고비인 가격이 낮춰진 만큼 이르면 내달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채권단에선 4월 정부와 국회가 유료방송 규제방향을 결정하면 지지부진한 매각 흐름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딜라이브와 CJ헬로(037560)를 비롯한 유료방송 사업자의 대대적인 인수합병(M&A)이 벌어질 것이란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신한금융·KB금융 등 딜라이브 매각협의회는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논의한 끝에 희망매각가격을 기존 1조 2,600억원선에서 8,400억원으로 내렸다. 시장에서 예상한 1조 1,000억원보다도 2,600억원이나 내려간 액수다.
채권단이 가격을 낮춘 이유는 지난해 연말까지 충당금을 늘리면서 전체 금액 중 절반을 미리 손실로 처리한 덕이 크다. 전체 가치의 절반만 받아도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것이다.
채권단은 딜라이브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으면서 일부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등 채권과 주식을 합쳐 모두 2조 1,000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갖고 있다. 이에 익스포저의 60% 수준인 1조2,600억원을 매각가로 책정했지만 충당금을 늘리면서 가격 부담이 다소 줄었다. 매각 주관사는 인수후보들이 익스포저의 40% 수준인 8,400억원 안팎을 원할 것으로 추정했고 채권단도 이를 수용했다. 채권단협의회의 관계자는 “매각가가 떨어져도 채권단별로 최대 400억원이 손실로 돌아오는 정도여서 전체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의 자회사 IHQ(003560)의 매각이 성공하면 최소 1,000억원의 현금이 딜라이브에 들어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딜라이브는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사와 CJ헬로 등 유료방송 등이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딜라이브가 보유한 수도권 중심의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반면 IHQ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축이라 딜라이브 인수후보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채권단은 이를 고려해 딜라이브와 IHQ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 국내외 2곳 이상의 예비후보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송업은 인허가 산업이어서 가격 못지 않게 정부의 규제 분위기가 매각에 영향이 크다. 업계는 당장 6월에 일몰이 돌아오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매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프로토콜(IP)TV 등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는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으로, 6월 27일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 중에는 KT의 IPTV와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합산 가입자 점유율이 지난해 6월 기준 30.34%로, 상한선에 불과 2.85%만 남겨둔 상태다. 여당은 합산규제를 1~2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조율 끝에 일몰을 연장하되 기준을 50%로 완화하면 KT는 딜라이브 인수가 가능해진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블TV의 지역권역을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부 지역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딜라이브와 CJ헬로는 M&A 족쇄가 풀리게 된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 인수 심사 때 디지털케이블과 아날로그케이블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독과점을 우려해 인수를 불허했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인 점도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은 CJ헬로나 딜라이브 등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사도 합종연횡을 통해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힘들어진다”면서 “유료방송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시장은 물론 정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지했기 때문에 올해는 성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박시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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