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300만 일용직 일자리 시장이 불안한 상황인데 직업소개소와 구인·구직자 등 ‘3자 간 공유경제’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없애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온라인 일용직 중개 시스템 ‘워크밋(Workmeet)’으로 구인·구직 시장 혁신에 나선 ㈜공정한가치의 최현섭(47·사진) 사장. 지난 2000년대 초의 벤처 1.5세대로 고졸 게임 신화를 쓴 그는 “과거 대형 게임사로부터 투자도 받고 e-삼성과 합작사도 운영할 정도로 나름 잘나갔지만 벤처의 특성상 부침이 심해 건설 일용직을 한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990년대 말 게임 포털인 ‘게임씨티’를 공동 창업해 유료화에 성공하며 월 2억~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2002년에는 넥슨의 1호 투자기업이 되고 이후 e-삼성과 삼성이누카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다각화와 잇단 신규 게임 실패 등이 겹쳐 결국 직원들에게 게임씨티를 넘겨야만 했다. 그는 “카페 프랜차이즈, 대리운전 앱 개발, 한우 프랜차이즈 사업 등에 잇따라 도전했지만 성공하는 듯하다가 끝내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인생의 전환점은 의외로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찾아왔다. 바로 2014년부터 1년2개월 동안 직업소개소를 통해 건설현장 일용직의 생태계를 샅샅이 파악한 뒤 상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특허를 내고 소개소와의 전략적 제휴에 나선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나를 믿고 워크밋에 20억원 이상을 밀어줘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인 매칭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투자자와 직원들을 생각해 지금도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밋은 현재 건설현장·식당·공장 등의 일용직을 중개하며 소개소를 통해 풍부하게 구직자를 확보하고 에어비앤비처럼 구인·구직자가 각각 평가를 남기도록 했다. 자연스레 정보가 투명해져 구인·구직자가 원하는 수급이 이뤄지며 일자리 미스매칭이 줄었다. 건설현장 등의 사고 위험이 감소하고 악덕 업주도 걸러지는 것은 물론 소개소가 구직자로부터 일당의 일부와 수수료까지 받는 ‘갑질’도 사라진다. 주부나 대학생이 아르바이트할 때도 유용하다. 반면 구직자가 불성실하게 일할 경우 추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최 사장은 “연내 건설사고 등에 대비한 보험도 서비스할 계획”이라며 “소개소와 구인·구직자 모두 좋아한다”고 뿌듯해했다. 실제로 워크밋은 전국 1만5,000개의 전체 소개소 가운데 2,000여곳과 제휴를 맺고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일용직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돼 뿌듯하다”며 “현재 제휴를 맺는 소개소들이 급속히 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온·오프라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일반 소개소는 100~200명씩 구직자 리스트가 있지만 매칭 비율은 15~20%에 그친다. 하지만 워크밋을 통하면 영역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매칭이 가능해 기존의 수수료(10%) 외에 추가 수입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용직의 공정한 가치 형성이 목표”라며 “현재는 미스매칭을 성사시켜준 것만 소개소와 5대5로 수수료를 나누고 있는데 올해 150억원, 내년 400억~50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최 사장은 앞으로 워크밋 플랫폼으로 핀테크와 빅데이터 사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노쇼 보증금(구직자 5,000원, 구인자 1만원)용 사이버머니를 ‘워크밋머니’로 지급하고 실시간 전수조사 등도 추진하겠다는 것. 그는 “워크밋머니를 활성화해 편의점 등으로 사용처도 확대하고 다양한 부가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일용직 시장을 혁신하는 허브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