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빅 마켓(Big Market)이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 연금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12월에 추가부담금을 납입함과 동시에 기존적립금을 재투자한다. 대부분 1년 만기 확정금리형 상품이다. 또한 12월에 주로 이뤄지는 대그룹 정기인사로 발생되는 퇴직자의 퇴직연금으로 인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잔액이 급증하며 개인의 경우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IRP·DC·개인연금저축계좌 연간적립한도의 대부분을 적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12월의 연금 Big Market은 크리스마스 선물일까.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와 같은 유통 시장의 Big Market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12월의 연금 Big Market은 투자 시기 집중에 따른 잠재적 투자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됨으로써 선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선돼야 할 투자 관행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이 1.58% 수준인데 저금리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투자 시기 집중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DB형 퇴직연금 99조6,000억원 중 약 80조원이 12월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와 같이 특정 시기에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다 보니 기업들은 퇴직연금 투자정책지침(IPS)에 의해 다양한 투자자산에 배분하고 투자상품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한다. 95%의 퇴직연금이 12월 금리에 따라 투자성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연금투자성과 역시 12월의 금리 수준이나 주가 수준 영향에 과도하게 노출된다.
DB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연간추가부담금을 매년 12월 1회 적립에서 벗어나 반기 또는 분기 단위로 적립 시기를 분산해 투자 시점이 집중되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퇴직연금 IPS에 의해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투자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 투자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올해 퇴직연금펀드는 1조3,000억원, 개인연금펀드는 1조7,000억원이 증가하여 각각 15.5%, 18.4%로 급성장했다. 국내주가지수와 글로벌주가지수도 각각 25.37%, 17.88% 상승했으니 연초부터 꾸준히 연금펀드에 투자하고 적립한 경우 상당한 투자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과 한국 모두 두세 차례의 금리 상승이 전망되므로 여전히 주식투자자산 비중 확대를 유지하는 자산배분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12월의 연금 Big Market이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자산을 찾아 투자하는 부지런함과 위험 관리를 병행하는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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