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주춤했던 국내 기업 해외 법인의 국내 상장인 이른바 ‘유턴 상장’ 주관을 다시 시작한다. 유턴 상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현물출자로 설립한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SPC)를 국내에 상장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LS전선아시아(229640)와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 등 해외 법인의 상장 성적표가 시원치 않아 추가 상장이 미뤄지는 듯했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며 상장 작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아이씨글로벌의 상장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 낙점됐다. 디아이씨글로벌은 자동차 부품회사 디아이씨의 중국 자회사인 대일기배유한공사 지분을 현물출자 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SPC로 내년 초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디아이씨글로벌과 같이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국내에 상장하는 방식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두산밥캣(241560) 등이 처음 시도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현물출자를 통한 SPC 설립 후 상장하는 방식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유턴 상장은 새로운 IPO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며 “국내 모기업의 SPC인 만큼 투명성이 높고 우려했던 중국·베트남 법인 등의 회계 등 기준도 국내 수준에 맞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회사의 국내 상장에 대해서는 정부도 과감한 세제혜택으로 독려하고 있다. 유턴 상장을 하는 기업에 대해 해외 법인의 지분을 80% 이상 국내 SPC에 넘기면 현물출자로 인정하고 SPC가 해외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이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애초 일몰규정에 따라 사라진 세제혜택은 해외 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부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LS전선아시아가 상장하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만큼 해외 법인의 국내 상장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꾸준히 유턴 상장 기업을 물색해온 한국투자증권이 SPC 노하우를 갖춘 만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디아이씨글로벌의 모회사인 디아이씨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5,575억원의 매출과 348억원의 영업이익, 11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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