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자사의 축적된 데이터와 음성인식 기술력 등을 결합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다.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입자를 두고 더 이상 이통3사가 국내에서 이전투구를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품·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국한됐던 3·4세대(3G·4G) 이동통신시대를 넘어 커넥티드카, 미디어콘텐츠 등 인류의 혁신을 몰고 올 5G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참가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과 미팅을 했는데 모두 한국 IT기업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더라”며 “이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이통3사 모두가 경쟁을 하면서 발전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SK가 IBM과 파트너가 돼 왓슨을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AI 플랫폼보다도 한국어 음성인식이 뛰어난 SK텔레콤 기술을 활용해 애매한 명령을 해도 소통이 가능한 한국형 AI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현재 AI 스피커 ‘누구(자사 기술)’와 SK(주)C&C가 출시한 ‘에이브릴(IBM 왓슨 기반)’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수한 AI 인재 영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국내 대학을 돌며 인공지능학과 신설을 위한 설득에 나서고, AI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급, 동유럽 지역의 우수한 AI 인재 유치를 대학에 권유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AI를 비롯해 미디어·사물인터넷(IoT)을 3대 축으로 한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자사의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의 경쟁력을 강화해 ‘한국형 넷플릭스’로 성장시켜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고, 이를 상품 판매와 연결할 수 있는 커머스(commerce)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IoT 측면에서는 기업 간 거래(B2B) 수준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실생활에서 혜택을 줄 수 있으면서도 중소기업 등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한국 사업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도 더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날쎈 체구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됐다”며 “5G 시대는 4G·3G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한국 사업자들이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범 서비스 준비를 위한 일환으로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Tmap)’을 고도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차량 앞에 안 보이는 부분을 무선으로 감지해 사고를 줄이는 서비스를 올해 중하반기 안으로 출시할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위험을 인지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등 자율주행은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차 전체에 센서가 부착돼야 하는데 센서가 차 밖의 도로 환경이나 주변 차량과 통신하는 것은 우리의 사업영역”이라며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면 자동차 제조업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의 기반이 되는 5G 통신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라며 “상용화에는 여러 요건이 필요해서 시점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바르셀로나(스페인)=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