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판 프리미엄 금요일’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월~목요일 30분씩 더 일하는 대신 금요일은 2시간 일찍 퇴근하자는 것인데 사람들이 지갑을 닫아서 경기에 악영향을 주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었습니다. 일찍 퇴근한 금요일에 소비를 유도해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것이죠. 정부는 일본이 지난 24일부터 시행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즉각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가장 많은 비판은 ‘돈 쓸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쓸 돈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죠. 실제 지난해 우리 가구의 실질 소득이 7년만에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좀 더 취재를 해보니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근로자들은 특히 월~목 연장 근무를 하는 부분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이 부분이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근로 문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는 ‘야근 줄이기’, ‘정시 퇴근’이었습니다. 살인적인 근무 시간이 삶의 질을 망치고 일의 생산성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위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후진적인 노동 문화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반성이 있어서 많은 기업들이 정시 퇴근 등 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죠. 그런데 이제 와서 4일 야근을 못 박는다니 의아하다는 것입니다.
한 대기업의 근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회사는 정시 퇴근제가 잘 자리를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근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압축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장 근무를 하라고 하면 힘들게 만든 틀이 무너지게 된다. 일을 다 마쳤는데도 4일은 의무적으로 야근해야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또 다른 근로자는 “근무 시간을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며 “프리미엄 금요일 제도를 도입하면 아마도 월요일에서 목요일은 이런저런 이유로 30분보다 더 일하고 금요일엔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조퇴를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근로자들이 ‘상습적 야근’에 시달리고 있고 그나마 기업들이 정시 퇴근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대책이란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렇게 제도를 설계했을까. 심지어 정부가 본뜬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도 금요일 3시간 조퇴만 규정하고 연장 근무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지키면서 가야 기업도 수용 가능하고, 노동자도 어차피 야근이 많은 나라니까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야근하는 컨셉으로 가되 금요일은 일찍 퇴근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봤다”고 전했습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야근 문화를 기정 사실화한 채 만든 제도인데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노동자가 정시 퇴근, 근로시간 줄이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현실을 전혀 모르고 만든 것”이라며 “전형적인 탁상공론이고 제도가 시행되면 시대에 역행하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애초에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경우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의 협의를 거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특정한 날 조기 퇴근을 유도하고자 했다면 프리미엄 금요일보다 더 좋은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습니다. 유연근무제가 대표적입니다. 기업과 근로자의 각각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로 시간을 조절하는 제도입니다. 가령 어떤 근로자는 일의 특성에 따라서 월, 화는 2시간씩 연장 근무를 하고 수요일은 오전만 일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일이 적은 주는 회사와 합의해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보다 줄여 매일 2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아예 일정 기간 동안 근무 시간을 줄이는 ‘시간선택제’ 제도도 도입돼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은 기계적으로, 일괄적으로 월~목 30분 연장근무, 금요일 2시간 조기 퇴근을 요구하는 프리미엄 금요일 제도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근무시간 시간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근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니 무의미하게 일하는 시간이 줄기 때문이죠. 정부 지원도 좋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제를 도입,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활용 근로자 1명당 1년에 최대 520만원까지 간접노무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연근무제의 경우 도입 기업의 92.8%가 제도 시행 결과에 만족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도입률은 10%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민간과 협의도 안 된 프리미엄 금요일을 추진하느니 유연근무제나 시간선택제 확산 대책을 내놓는 게 나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침체된 경제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은 좋지만 좀 더 현장과 민심을 세심하게 반영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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