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 조선소 대표자 회의(JECKU)’에서 각국 조선사 최고경영진(CEO)은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 전망을 어둡게 예측했다.
CEO들은 이런 악조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제하고 글로벌 조선업계가 생산설비 감축 등 공급 과잉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선 교류 목적의 연례 회의지만 글로벌 조선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저마다의 생존을 위해 상대국에 설비 감축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일본조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무라야마 시게루 가와사키중공업 회장은 20일 현대호텔경주에서 열린 조선소 대표자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조선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선사들이 합리적 분석에 근거해 적절한 사업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회장은 “적정한 신조선 공급 규모와 생산 능력이 얼마여야 하는지는 각 조선소가 판단할 문제”라고 하면서도 우회적으로 경쟁 업체의 생산 설비 감축을 촉구한 것이다. 무라야마 회장은 “일본은 과거 두 차례의 뼈아픈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벌였고 현재는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 조선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일본은 조선 공급 과잉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는 듯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지난 1970~1980년 정부 주도의 강도 높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벌였고 그 결과 외형이 크게 축소됐다. 글로벌 1위였던 일본 조선업은 중국과 한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무라야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자국의 (조선 생산설비 감축 합의가) 석유 생산량 감축 합의가 잘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실이 그렇다는 점을 서로 인식하는 정도이지 하루 만에 합의점 도출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각 조선소가 보유한 생산능력을 줄이는 것은 구조조정 이슈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세계경제 저성장은 조선 시황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유가는 해양 발주 수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경주=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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