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3일 동안 거래가 정지된 한진해운(117930) 주가가 거래 재개 첫날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5일 주식거래가 다시 시작되자마자 ‘동전주’ 열차를 탔지만 이상과열 현상으로 1,000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저가매수를 노린 개미투자자들의 영향으로 보고 투자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002320)해운은 직전 거래일(8월30일) 대비 13.71%(170원) 급락한 1,07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해운은 장 시작과 함께 870원까지 떨어져 동전주 신세가 됐지만 오전9시5분께 100만주가량이던 거래량이 10배 급증해 1,000만주를 돌파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 시작 한 시간 만인 오전10시께 주가가 1,000원대를 회복했고 장중 한때 1,4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루 변동 폭이 44.3%에 이를 정도로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이날 한진해운의 주가 급등락은 사실상 한진해운 전체 주주의 99%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진해운의 거래량은 약 2억3,474만주(거래대금 2,618억원)로 총 발생주식 수와 맞먹는다. 전체 거래량 1위일 뿐 아니라 거래대금은 삼성전자와 유사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들이 장 시작과 함께 주식을 사들인 후 상승세를 기다린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정부가 43개국 법원에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를 신청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다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매도가 예상됐던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각각 2억8,175만원, 2억5,594만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5,618만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도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대거 거래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한진해운 주식매매 회전율이 100%에 가까웠고 매수·매도 창구 상위 증권사가 주식매매 중개(브로커리지) 분야 1위인 키움증권인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키움 창구는 데이트레이딩 개미들이 가장 선호한다. 이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진해운은 정상적인 펀더멘털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며 “오전 중 산업은행의 한진 책임에 대한 언급 때문에 청산이 아닐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한진해운의 주가동향 분석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매수와 매도가 모두 키움증권에서 1위라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부도 위기의 기업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결국 대부분 개미들이 큰 손실을 입고 끝났다”며 경고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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