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배터리 폭발사고가 난 ‘갤럭시노트7’의 국내외 판매분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현재까지 생산돼 글로벌 유통망에 깔린 갤럭시노트7 250만대(국내는 40만대 이상)가 리콜 대상이지만 국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 것은 140만~150만대다. 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 출시일정도 줄줄이 연기하고 이미 출시된 미국·호주 등에서도 제품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지난 1일 기준으로 국내외에서 배터리 문제로 총 35건의 갤럭시노트7이 서비스센터를 통해 접수됐고,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 수준이지만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전량 리콜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불량률은 0.0024%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리콜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매머드급 리콜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리콜과 관련해 최소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당분간 국내외 영업을 못하는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조 단위 손해가 예상되지만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량 리콜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삼성 수뇌부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관계자는 “후속조치를 취하고 제품공급을 재개하기까지 최소 1~2주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영국 2일, 프랑스 9일 출시를 준비해왔으며 독일에서는 16일 판매개시를 추진했다.
갤럭시노트7이 처음 시판된 지난달 19일 이후 이미 출시된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아랍에미리트,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중국을 비롯해 10개국의 11개 지역에 이른다. 이 중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이번 배터리 관련 논란으로 판매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다만 중국은 당초 예정대로 1일부터 현지판매가 개시됐다.
삼성전자가 전량 리콜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영업실적은 다소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삼성전자가 리콜을 하거나 주요국 제품 출하를 지연할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초 크레디트스위스가 예상했던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0조2,000억원이었다.
다만 크레디트스위스와 같은 폭의 실적 하향조정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실적 하락은 갤럭시노트7의 판매중단이 2주 이상 장기화할 경우에 발생할 것이며 그보다 조기에 수습된다면 영업실적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관측이다. 경쟁 신제품인 애플의 아이폰7이 이르면 9월 둘째주나 셋째주부터 순차적으로 전 세계 출시에 들어가는 만큼 1~2주 내에 이번 상황이 매듭 지어진다면 타격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은 온라인을 통해 배터리 폭발 문제가 제기된 후 9일 만에 신속히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이 점에 대해 굉장히 깊이 조사했다. 그래서 배터리 셀 자체에 극단의 눌림 현상이라거나 절연체의 일부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했고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이 소개한 배터리 폭발원인은 개발과정이 아닌 일부 협력업체의 배터리 제조공정 과정의 문제였다. 즉 절연 테이프의 건조과정 수축, 전지 내부의 극판 눌림에 따른 양극과 음극의 접촉현상 때문이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고 사장은 “배터리 셀 제조공정상의 미세한 문제가 있어 발견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제조공정상 오차로 음극과 양극이 만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이것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기존 고객에게 판매됐거나 국내외 매장 등에서 보관하고 있는 재고물량 전부를 교체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신제품 교체는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19일부터다. 해외는 국가마다 부품 등의 수급현황이 달라 우리나라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다. 만약 배터리 폭발 걱정으로 19일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3일부터 전국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이상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교환할 때까지 잠시 다른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아예 갤럭시S7엣지 같은 다른 기종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이마저 싫다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민병권·김창영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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