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소득불평등 지표인 통계청의 지니계수가 개선되며 빈부격차가 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한국경제포럼 최근호에 ‘소득세 신고자료를 활용한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집중도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는 “지니계수 추세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더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지니계수는 소득이 점점 평등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1인, 농가포함) 지니계수는 2008년 0.314에서 △2010년 0.310 △2011년 0.311 △2012년 0.307 △2013년 0.302 △2014년 0.302 △2015년 0.295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낮아질 수록 빈부격차가 완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지표 자체가 설문조사 응답 위주인 가계동향 조사를 토대로 작성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소득 계층이 설문 응답 때 자신의 소득을 축소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 통계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집중도 추이를 추정하기로 하고 국세청의 통합소득세 신고자료를 활용했다. 결과를 보면 20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소득 상위 1%의 기준은 2007년 1억 580만원에서 2008년 1억 550만원, 2009년 1억 310만원으로 줄었다가 2010년 1억 940만원, 2011년 1억 1,230만원, 2012년 1억 1,33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2007년 11.08%에서 2008년 11.14%, 2009년 11.05%, 2010년 11.71%, 2011년 12.20%, 2012년 11.66%로 2009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상위 0.1% 기준도 2007년 2억 9,070만원에서 2012년 3억 3,27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소득집중도 역시 2007년 3.93%에서 2008년 3.93%, 2009년 3.87%, 2010년 4.16%, 2011년 4.41%, 2012년 4.13%로 비슷한 추세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2007년 이후의 소득집중도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분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통계청의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나 5분위 배율과 다른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소득집중도가 지니계수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3년 이후에도 지니계수가 개선된 것과 달리 실제 소득집중도는 더 높아졌을 수 있다. 보고서는 “소득분배 실태 및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행 소득분배지표를 보완하는 자료로 소득세 신고자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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