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공인 집적지에 위치한 공간정밀.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김대구 공간정밀 대표가 거래처로부터 의뢰받은 발전소 부품의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직원들이 밀링 선반 등으로 열심히 쇠를 깎고 있었다. 공간정밀은 특수금속 가공을 통해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과 발전소용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이전까지는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 비중이 높았는데 3년 전부터 발전소 부품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거래처로부터 도면을 받으면 무조건 깎아낸다는 목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최고 수준의 금속 가공 기술을 보여줬더니 발전소 쪽에서도 신뢰를 보내고 부품 제작 의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정밀이 발전소에 주로 납품하는 제품은 가스터빈 등을 안정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솔루션 부품이다. 국내 발전소의 경우 마모성 있는 부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 때 가스터빈 등을 잘 분해해야 한다. 공간정밀은 가스터빈이 잘 분해되도록 장비를 제작해 준다. 발전소 쪽에서 도면을 보내주면 그에 맞게 특수 금속을 깎는다. 김 대표가 직접 발전소를 답사한 뒤 도면을 제작해 부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중부발전 서울화력본부와 부품 수주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공간정밀이 거래처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의 금속 가공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강원 평창 출신인 김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서울공고를 졸업한 뒤 바로 종업원 2명의 중소기업에 들어가 밀링작업을 했다.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쇠를 한번이라도 더 깎고 다듬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금속 가공 능력을 키우는 데 매진했다. 공장일이 끝나면 남영동 미술학원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해 석고조형물을 도화지에 옮기는 기량을 닦았다. 김 대표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입소문을 탔고 이는 수주로 이어졌다. 또 직원들 교육과 기술자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공간정밀은 동서발전과 남부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로부터 ‘정비 적격업체’ 인정을 받았다.
그는 문래소공인지회 수석 부회장직을 맡아 문래동과 신도림동 소공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가 현재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정책은 ‘협동화 사업단지 모델하우스’ 구축이다. 그는 현재 신도림동에서만 공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공간이 부족해 비싼 기계를 들여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10여개 소공인 업체가 함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협동화 사업단지 모델하우스가 구축된다면 소공인들이 원하는 장비들을 들여와 지금보다 더 영업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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