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과 조선업에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친 가운데 이목은 산업은행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의 부실을 혼자 떠안았고, 올해 들어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연달아 자율협약을 신청했습니다. 안 그래도 국책은행으로서 떠맡은 기업들이 많은데, 산업은행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정훈규 기자입니다.
[기자]
산업은행은 비금융 자회사 가운데 46개를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비금융 자회사 수가 약 110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를 정리하겠다는 겁니다.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계기가 됐습니다. 자회사 매각은 향후 구조조정의 범위가 더 넓어질 때를 대비한 실탄 확보 수단입니다.
이미 올들어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이 결정됐고, 한진해운도 곧 뒤를 따를 전망입니다. 매각 작업은 아직 결과물이 없는데, 대형 부실기업 2곳이 추가된 셈입니다.
여러 부실기업을 관리하다 보니 산업은행의 건전성에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3개월 이상 연체를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조3,269억원으로 2014년 말(3조781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68%로 전체 은행 평균(1.71%)의 세 배가 넘습니다.
여기에는 국책은행의 역할이 일반은행과는 다른 탓도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산업의 개발·육성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데 설립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간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산업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기업 구조조정을 평균 2년6개월 지체했습니다. 구조조정을 미루다 부실을 더 키웠다는 얘깁니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합해 해운·조선업 관련 대출액은 20조원이 넘습니다. 이는 두 은행 자본총액의 60% 수준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면 정부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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