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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개편안 발표 시점을 이르면 다음달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자금 유출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외환시장까지 긴박하게 돌아가자 대응책을 서둘러 내기로 한 것이다.
21일 외환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과도하게 막았던 제도를 중립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라며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오는 6월 제도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반영해 발표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중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완화하면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손질에 나선 것은 '달러 퍼내기'를 하던 외환당국의 고민이 180도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으면서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와 달리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이것이 우리 수출을 짓누르자 정부는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해외로 내보내는 데 주력했다. 정부는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를 도입하는 등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아 과도한 경상 흑자의 부작용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정책 방향은 다시 외화 유입을 촉진하고 유출을 막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구체적인 개편안으로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상향 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선물환 포지션이란 은행들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중을 말한다. 현재 국내 은행은 30%, 외은 지점은 150%를 넘지 못한다. 한도를 상향 조정하면 그만큼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2010년 한도는 시중은행 50%, 외은 지점 250%이었지만 2011년에는 각각 40%와 200%로 축소됐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와 관련해서는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내국인 역차별 문제로 실제 동원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재 이자소득에 14%, 양도차익에 20%씩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세 부담을 낮춰주면 외국인이 투자할 유인은 커진다. 지난해 12월 당정도 회의를 통해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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