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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선택의 폭이 급성장 원동력
불완전 판매·경유계약 등 부작용은
체계적 교육·GA 자정 통해 줄여야
판매 권한 늘려주되 책임은 강화
보험사, 축적된 교육콘텐츠 제공
'덩치'만 보는 등급제 개선도 필요
"보험시장 안에서 법인독립대리점(GA)의 향후 성장성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는 GA의 질적 성장을 위해 보험사와 GA·금융당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서 주요 판매 채널로 급성장한 GA의 건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주최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단일 보험사가 아니라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판매 상품의 다양성과 객관적 자문, 고객의 선택권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GA의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09년 생명보험시장에서 GA를 통한 판매 비중은 16%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23%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속설계사와 방카슈랑스·TM 등의 판매 채널이 모두 역성장한 반면 GA 채널만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급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GA와 보험사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장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고 금융당국도 GA가 단순 보험 상품 판매 채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종합 금융 자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의 흐름을 잡아줘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현학진 피플라이프 사장, 정석영 영진에셋 대표,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 이상윤 메트라이프 전무, 전은조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별도로 사회를 두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상윤 전무=보험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전반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은 부동산 등 기타 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7대3으로 여전히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미국 가계의 경우 금융자산의 비중이 2013년 기준 71% 정도이며 이 중 50% 이상을 금융 투자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전은조 파트너=맞는 말씀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 자산에 돈이 많이 묶여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으로 돈을 넘기지 않으면 은퇴나 보장에 있어 삶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상당 기간 금융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오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산업도 성장할 것이다.
△오종윤 대표=중산층의 자산과 부채 현황만 봐도 빚을 갚고 나면 남는 현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선배 세대들의 현실을 지켜본 20~40대에서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는 금융자산을 쌓아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현학진 사장=우리나라 부의 축적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떻게 금융자산을 늘리느냐가 문제다. 소득을 늘려 금융자산을 늘리는 건 쉽지 않다. 부동산에 축적돼 있는 중산층 이상의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노후를 위해 부동산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컨설팅 등을 통해 큰 집을 처분해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금융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부의 재편을 위해 금융시장의 컨설팅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 전무=부동산 자산이 금융자산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데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금융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 안에서 보험이 은행이나 증권에 비해 더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보험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첫째는 다른 업권보다 보험으로 금융자산이 더 들어온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다른 금융 인력들이 보험산업으로 넘어올지 여부다. 특히 GA로 타 업권 인력이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가.
△정석영 대표=업권 간 인력 이동의 경우 급격하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험으로의 인력 이동은 보험사들이 얼마나 좋은 상품, 새로운 상품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최근에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와 자율화를 강조한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을 내놓았는데 그런 흐름이 일어나면서 금융 선진화에 따라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인력도 이동할 것이다. 보험은 영업 조직에 의한 매출 규모가 크다. 영업 조직이 질적으로 성장하면 보험도 성장한다. 특히 안면에 의한 영업이 아닌 재무 컨설팅을 통한 판매가 강화되면 보험산업은 더 발전할 것이다.
△오 대표=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융기업 고용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50~55세가 넘으면 해당 기업에서 더 이상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기존 금융 공간에서 나온 후 어디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GA 쪽으로 오지는 않고 있다. 현재 GA 내부에서 신뢰를 줄 만한 행동들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GA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영역이 되고 GA 소속 설계사들이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GA 쪽으로 이동하고 GA의 전체 사회적 포지션도 높아질 것이라 본다.
△이 전무=보험산업 내에서 채널을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GA 채널이다. 전속 설계사들에 비해 '객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GA 채널을 더 찾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점이 GA 채널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현 사장=GA채널의 성장세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보 업계 1위인 삼성이 지난 7월 500여명 설계사 규모로 자회사 형태의 GA를 만들었고 한화·라이나·미래에셋 등도 이미 자회사 GA를 두고 있다. 현재 GA 채널에서는 50여개 생보, 손보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다. 고객의 이익이나 니즈에 최대한 부합하는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또 50여개 상품을 취급한다는 건 언더라이팅 기준도 50여개라는 의미다. A보험사에서는 가입이 안 되는 고객이 B보험사에서는 가입이 가능하다. 설계사 소득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GA 채널로 신규 진입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양적 확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GA에 판매 책임을 강화해 추가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정 대표=GA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은 대부분 불완전판매, 경유계약 등이다. 조직 간 이동, 선별되지 않은 조직 도입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 금융 감독 당국이 규제화·법제화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GA들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정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오 대표=교육이 부족한 GA 설계사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변액보험에 대해 복합적인 지식 없이 그냥 좋다는 식으로 판매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자정 노력이 시스템화한다면 금융자산 관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때 GA 업계에 엄청난 기회가 올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해서는 안 된다.
△전 파트너=GA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고급 채널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 GA 중에서는 일부 선도사들을 제외하면 전속 대리점과 유사하다. 정체성이 모호한 GA들이 업계 전체 분위기를 흐리는 게 문제다.
△이 전무=성장세가 가파른 채널이라서 그런 문제도 발생하는 것 같다. 24개 생보사가 GA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고, GA는 수천개가 넘었다. 이 순간에도 GA 창업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모범 사례가 될 만한 GA들이 많아져야 한다.
△오 대표=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질적 성장을 담보해내지 못하면 GA 업계는 죽는다. 보험사들이 매기는 GA 등급제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보험사들이 절대 금액 기준으로 GA에 수수료를 지급하다 보니 GA들도 어떻게 해서든 덩치만 키우려고 한다. 보험사가 GA를 평가할 때 볼륨뿐만 아니라 내적 자질도 봐줘야 한다.
△정 대표= GA의 자정을 위해서는 보험사의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GA의 갑질'이라는 표현도 결국 보험사들의 지나친 볼륨 경쟁이 낳은 것이다. 보험사가 GA의 규모만 볼 게 아니라 내용도 보는 게 GA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대형 GA 중에서는 규모는 크지만 질은 좋지 않은 곳도 분명 있다. 또 보험사들이 GA를 상대로 불필요한 영업을 하는 행태도 개선해야 한다. 수수료 지급 체계를 명확히 하고 GA가 근본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현 사장=GA에 대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대형 보험사들이 장기간 축적한 교육 콘텐츠를 GA에 나눠줘야 한다. 대리점협회 차원에서도 자정 노력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든가 정기적으로 모여 스스로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오 대표=GA가 잘 되려면 결국 금융시장의 유통 구조가 금융사나 GA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 소비자를 위한 금융 상품 판매 자문업이 활성화되고 자문업에 맞춰 판매 채널 구조도 재편돼야 한다. 금융당국과 보험 업계가 모집경력조회시스템을 활용해 위촉대상 설계사의 모집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적 개선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미비한 부분들이 업계의 자율 협약을 통해 시정돼나간다면 보험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변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 대표=현재 능력 있는 재무설계사들은 개인적으로 자격을 갖추고 펀드도 판매하고 상속·부동산 컨설팅도 진행한다. 하지만 수수료라는 수익이 발생하는 부분은 보험밖에 없다. 나머지 자산 관련 컨설팅은 자원봉사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고민을 함께 해줬으면 한다.
△현 사장=보험시장이 전반적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내년부터는 인터넷 포털에서 보험 상품 가격 비교가 가능해진다. 또 GA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판매에 대한 권한을 더 주되 책임도 더 묻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GA들도 내부 통제 시스템과 교육·마케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준비해야 질적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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