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빈의 인내는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인내는 흑7이라는 귀수(鬼手)를 터뜨리게 한다. 앞에서 기호지세랍시고 자기의 진영을 최대한으로 확장했더라면 적의 진영도 상대적으로 확장되었을 것이고 이런 묘수는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백이 흑의 이 묘수를 예방할 수는 있었다. 실전보의 백6으로 21의 자리에 밀었더라면 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훈은 이 무렵 낙관에 젖어 있었다. 이젠 좌변의 백대마만 무사히 살면 무조건 이기는 바둑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흑돌이 좌변의 백진쪽으로 흐르는 것이 싫어서 21의 자리에 밀지 않고 실전보의 6으로 두었던 것인데 그 작은 틈새를 위빈은 정확히 찔러간 것이었다. 백10으로 물러선 것은 절대. 계속해서 흑23이 위빈의 결정타였다. 백26으로 참은 것은 필연. 참고도의 백1로 차단하고 싶지만 그것은 흑2, 4로 대형 사고가 난다. 흑이 A로 끊는 것과 B로 모는 것이 맞보기가 되어 백이 그대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흑35가 놓여서는 흑의 역전승이 분명하게 되었다. 검토실의 중국진영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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