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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경제환경개선
입력2003-04-07 00:00:00
수정
2003.04.07 00:00:00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환경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로 원유 공급 사정이 불안함은 물론,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직면한 외국 투자자들의 철수와 증시 침체 및 환율 급등, 그리고 신용불량자 증가 등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의 후퇴는 이라크전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기 후퇴 등 외부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내부 사정에서 연유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의지가 시장 불안으로 나타나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피해 가능성이 가장 큰 당사자는 바로 우리나라다.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직접 통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등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들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국가 위험을 줄이거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 자주 국방과 자주 외교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이상에만 치우친 외교와 국방정책으로는 상존하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한ㆍ미ㆍ일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타결이 실패했을 때 발발할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는 것만이 북핵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다시는 이 땅에 6ㆍ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희망만으로는 전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국가 위험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국외 사정의 악화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경제 환경 악화에 더하여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이 한국의 경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재벌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그러한 재벌의 행위가 과연 지금까지 전반적인 시장의 미발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과연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이른바 불공정 관행만을 일삼아 왔는지, 또 지금 당장 교정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인지 등을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본 연후에 제도 개혁을 통해 교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휘청거리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기업을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단죄하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한국경제 전체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 주름살을 의식한 탓인지 국무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미루고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개혁은 단골 메뉴였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개혁은 단연 세인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개혁은 무슨 목표를 위하여 어떻게 해 나가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개혁은 그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는 수단 형성에 긴요한 지식 체계가 올바르게 서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목표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지식 체계가 잘못되면 목표 달성은커녕 사회 전체를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만이 개혁일 수 없다.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백성들의 삶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빨리 바꿔야 한다는 개혁 강박증에 짓눌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삶은 물론 전 국민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는 경제는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지식 체계에 따라 그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혁을 서두르기 전에 우선 개혁을 뒷받침하는 지식 체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김영용(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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